남양유업 8년 만에 또 불매운동…성급한 발표에 ‘주가조작’ 의혹까지…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 최종 확정
전문가들 "경영 쇄신·윤리경영 방안 찾지 않으면 소비자 외면 계속될 것"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산균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마케팅을 펼친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제품의 약 38%를 책임지는 세종공장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무려 2개월의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재확산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 2개월 영업정지 위기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전날 발효유산규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처분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 16일 세종시로부터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1호, 제4호, 제5호(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 행위)에 의거 사전 통지를 받았다”며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20일 밝혔다. “세종공장은 현재 영업정지 상태가 아니다”라며 “이와 관련해 세종시로부터 행정처분 확정 시 사유 발생일을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림동 엘더블유(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연구에 77.8% 저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게 했다. 남양유업과 공동개발에 참여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에 따르면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발표 당시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실험 결과라고 밝혔다는 것.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제품사재기와 주가급증 등 이상현상과 임상 검증을 거치지 않고 섣불리 발표한 것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고발당하고 불매운동마저 일어나고 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한 상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세종시는 30일까지 남양유업 측 의견서를 받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처분을 확정하게 된다. 의견 제출 기간은 평균 2주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이 최종 확정되면 불가리스, 우유, 분유 등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간 가동이 중단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불가리스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 등 남양유업 유제품 전체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만약 영업정지가 확정된다면 남양유업은 향후 실적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경쟁사 비방과 창업주 외손녀 마약투약 사태 등 계속된 논란으로 하락한 매출실적이 이번 논란으로 더욱 곤두박질칠 위기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대 아래 매출인 9489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7.9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71억원으로 10년 내 최악의 영업손실을 이뤘다. 경쟁사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흑자를 이룬 것과 대조를 이뤘다.

남양유업 무리한 영업홍보 ‘부메랑’

‘1등 분유기업’으로 한 때 고공행진을 달리던 남양유업이 어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당하는 부정적 이미지의 기업이 됐을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현재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이 아닌, 잠재적으로 회사가 쌓아놓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발단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좋았다. 일부 매장에서 불가리스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고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이것이 발단이 됐다. 한 심포지엄에서 효과가 있다고 발표를 하고, 일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해서 특정 제품이 품절되고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남양유업의 주가조작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한다고 발표하고, 질병관리청이 곧장 “사람 대상 연구가 아니다”라며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순식간에 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포지엄과 남양유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을 무리하게 홍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에선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남양유업이 이를 위반하고 무리하게 홍보를 했기 때문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양유업은 식약처가 고발 조치한 뒤인 16일에야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에게 오해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남양유업에 대해 분노를 표하며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기 시작했다.

남양유업 부정적 제보 잇따라 쏟아져

한번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자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 소식은 잇따라 쏟아지기 시작했다. 곧장 남양유업이 중소기업 N사의 ‘알약 같이 먹는 요구르트’ 용기뚜껑 ‘특허’를 침입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 중소기업 N사 측은 “남양유업의 뚜껑과 8년 전부터 오직 한국야쿠르트에 납품한 자사 제품 뚜껑은 똑같은 구조로 두 회사의 뚜껑을 바꾸어 끼워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며 “뚜껑 속 알약이 음료와 분리돼 있다가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 번에 마실 수 있는데 보시다시피 ‘액체가 들어가지 않는 기술이 자사특허’로 특허상용화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측은 신제품 음료수 뚜껑을 대신 생산하는 업체가 특허 침해 소지가 없다고 밝혀 제품을 출시했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과 뚜껑 생산업체는 이미 외국에 비슷한 용기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특허가 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를 지키려는 중소기업 N사와 남양유업간 길고 긴 법정 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보는 이어졌다. 남양유업 오너 3세 홍진석 상무가 회삿돈으로 리스 받은 차량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했다는 주장의 제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장남인 홍 상무는 지난 2017년 3월 사내이사로 등재됐으며 올해 1월말 신설된 ‘기획마케팅총괄본부’ 수장을 맡고 있다. 내부고발자의 제보와 한 인터넷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홍 상무는 남양유업이 리스한 수억원대의 고급 외제차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혼다 오딧세이, 도요타 시에나, 레인지로버 등을 업무용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리스한 차량 중 제네시스 G90을 제외한 외제차량은 사무실이 아닌 홍 상무와 그 가족들 소재지 주차장에 두고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도요타 시에나의 경우 강남구 청담동 소재 홍 상무 자택 주차장에만 주차돼 있었고 이 차량은 매일 아침 홍 상무 자녀 3명의 통학 용도로 사용됐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회사 직원들은 홍 상무가 이용하는 차량들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외제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직원 또한 홍 상무가 고용한 운전사가 아닌 남양유업에서 비용을 내는 기사들이다.

회사가 리스한 외제차들은 차량 한 대 당 약 4~5년씩 계약 기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월 지출되는 리스비는 지난 2018년 10월 기준 1100만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리스비로만 매월 350만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월 같은 금액을 4년 간 지급한 것으로 추산해도 이들 외제차량 4대의 리스 비용은 5억원을 초과한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남양이 남양했다”며 남양유업을 비아냥하며 불매운동을 알리는 해시태그가 SNS에서 잇따라 등장하고 맘카페 관련 글이 게재되는 등 소비자 중심의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이번으로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8년 전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행태의 막말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1등’ 이미지의 남양유업에 대한 시각에 물음표가 서기 시작했다.

잇따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일명 ‘밀어내기’식 영업정황이 포착되고 여직원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계약직으로 강제 전환해 퇴직시켰다는 시민단체의 고발도 나오면서 ‘갑질’ 회사라는 이미지가 새겨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남양유업의 갑질 녹취록 공개 후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홍 회장이 사과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데다 사과 이후에도 남양유업 직원의 떡값 요구, 판매직원 인건비 떠넘기기 등 대리점 갑질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논란은 수습은커녕 되레 눈덩이처럼 확산됐다.

뒤이어 먹는 분유에 녹가루가 나왔다는 소비자 고발까지 나오면서 품질 논란까지 일기 시작했다. 남양유업 측은 “녹슨 캔은 원천적으로 생산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식약처는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학계 등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에 용기 개선을 권고했다. 품질에서만큼은 최고를 자부했던 남양유업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이었다.

품질과 맞물려 과대광고와 노이즈마케팅도 논란이 됐다. 남양은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사인 동서식품 제품을 겨냥해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원료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이후 매일유업이 불가리아 유산균으로 만든 ‘매일불가리아’를 출시하자 남양유업이 자신의 발효유 ‘불가리아’를 표절한 것이라며 소송을 걸었지만 남양유업의 ‘불가리아’에 실제 불가리아 유산균이 사용되지 않는것만 알리는 사건으로 남았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도 잇따라 터졌다.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협의로 구속된 사건은 아직까지도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홍원식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냈고, 황하나와 남양유업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남양유업의 해명에도 여전히 황하나씨 사건마다 남양유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후 지난해에는 홍원식 회장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남양유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급격하게 추락했다.

남양하면 ‘고품질’, 이제는 ‘아 옛날이여’

남양유업은 비료사업을 하던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이 한국의 아기들이 일본산 탈지분유와 미국산 조제분유를 먹고 자라는 환경을 안타까워하며 1964년에 설립된 회사다. 회사명은 남양 홍씨의 본관에서 따왔으며 홍 명예회장은 창업 이후 분유 개발에 매진했다. 덴마크 등 해외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창업 3년 만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분유 사업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이후 1990년대엔 10여 년간 아기 똥을 관찰해 모유의 자기방어 성분인 ‘락토페린’을 배합한 제품을 출시해 모유와 최대한 비슷한 분유를 선보였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양유업은 중국과 베트남, 대만 등에 분유를 수출하며 세계 분유 시장 선도에 나섰다. 지금도 베트남에선 남양유업 분유가 ‘최고급 분유’로 통하고,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에서 반드시 구매해야 할 품목 리스트’에도 남양분유는 빠지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 천연 DHA가공유인 ‘아인슈타인 천연 DHA 우유 플러스’ 시리즈를 내놓으며 아이들의 영양간식 시장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하고, ‘옳은 유기농 우유’의 원유성분을 강화해 다양한 우유 제품을 선보이며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엔 프렌치카페 믹스 커피를 출시하며 맥심이 지배하고 있던 믹스 커피 사업에 도전장을 냈고, 2014년엔 유럽에 원료형 커피를 첫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커피 사업은 남양유업의 전성기를 누리는 해를 이루게 했다.

하지만 이번 불가리스 연구 발표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8.6% 뛰어 장을 마감했다. 이튿날에는 장중 한때 28.7% 치솟았으나 연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결국 5.1% 하락해 장을 마쳤다. 이후 재차 논란이 확산하며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고, 19일 주가는 연구결과 발표 전날(12일 종가 35만원)보다 6.3% 낮은 3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남양유업의 ‘무리수’ 마케팅이 주가를 부양해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뮤추얼펀드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에 대한 견제구였단 일각의 분석을 감안하면 되레 자책골이 된 셈이다.

한 식품연구 전문가 “2013년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화됐다”며 “이번 마케팅 역시 폐쇄적 경영시스템에서 내부에서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이 어려웠기 때문에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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