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도쿄의 도시락 배달 전문점 다마고야(玉子屋)의 사장 스가하라 유이치로. 그는 2004년 사장으로 취임해 매일 한 가지 메뉴의 도시락을 만들어 12시 정각까지 오차없이 배달한다. 독자적인 생산과 배송 시스템, 정밀한 수요 예측, 인재 경영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다마고야의 시작은 저자의 아버지가 돈가스 가게에서 도시락을 주문받아 하루 5~10개씩 자전거로 배달하면서부터다. 1975년 도시락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고 대기업과 독점 계약을 따내 ‘직장인을 위한 도시락’이라는 제품 브랜딩에 성공했다. 저자가 입사할 당시 다마고야의 하루 판매량은 2만 개, 연매출은 136억원이었다. 저자는 10년 만에 3배를 키워 하루 판매량 6만 개를 기록했고, 20년이 지난 현재 연매출 1000억원으로 7.5배의 성장을 달성했다. 다마고야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일본의 여러 미디어에 소개돼 주목받았으며, 2007년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재에 사례연구로 인용됐다.
이처럼 작은 가게를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키워낸 저력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적 생산·배송 시스템과 기업철학, 인재 경영 등에 있다. 첫째는 장기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준비해두는 푸시 전략과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하는 이중 대응 시스템을 잘 갖춘 것이고, 다음은 ‘산포요시’(1994년 존 엘킹턴이 제안한 인간, 환경, 이윤(PPP)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성과 측정)의 기업철학과 정직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남 탓하지 않는 태도를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도시락집 아들’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가게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만의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그는 릿쿄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후지은행(현 미즈호은행)에 근무하며 회계를 배웠고 작은 마케팅 회사에서 유통과 물류를 배웠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마케팅 회사를 다니는 2년간 다마고야의 도시락을 먹으며 소비자로서, 창업 지망생으로서 다마고야가 얼마나 탄탄한 회사인지 깨달았다. 이후 아버지의 가게를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 세계경제포럼 지역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이 책은 도시락 가게를 직원 600여 명 규모의, 도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소기업으로 키워낸 저력을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소매점 몰락의 시대에 어떻게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지 고민하는 경영인과 창업 지망생들에게 작은 기업도 얼마든지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어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스가하라 유이치로 /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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