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가상화폐는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어" 강경 발언
은 위원장 발언 이후 가상화폐 가격 급락 ... 투자자 반발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오히려 매수 움직임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가상화폐 가격이 출렁이자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관련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에서 저희는 조금 달리 생각하고 있다"며 "예컨대 그림을 사고팔 때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그림 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도 언급했는데 은 위원장은 "특금법 시행으로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9월까지 주어진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정보분석원에 영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은 위원장은 현시점을 기준으로 영업 신고를 등록한 국내 거래소가 전무하기 때문에 9월에 거래소 무더기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은 위원장이 가상화폐에 대해 작심한듯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후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기준 1비트코인은 57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일 같은 시간 거래가 6530만원과 비교하면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전 세계적 하락세도 겹쳤지만 낙폭이 국내 시장이 훨씬 컸다. 특히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글로벌 가격보다 높은 '김치프리미엄'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한때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전 세계 평균과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발생했지만, 이제 차이가 15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흔들리자 당장 투자자들은 반발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서는 침착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이른바 3년 전 '박상기의 난'에 대한 학습효과로 보인다.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쳤던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 원을 웃돌면서 과열 양상을 띄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까지 목표로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코인 시총 100조원이 날아가면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한다는 법안 준비도 없던 일이 됐다. 올해들어 비트코인은 3년 전 박 장관의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때 8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은성수의 난'의 미래 내가 예언한다. 저점매수 완료", "지금 저점인데 안 사고 다들 뭐하냐", "지금 안 사면 내일 반드시 후회한다" 등의 내용의 게시물이 지속해서 올라오면서 이번 은 위원장의 발언을 제2의 박상기의 난으로 삼고 저점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은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2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는 아직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자산으로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실물자산이 아니다', '내재적 가치가 없다' 등의 논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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