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소아질환 지원에 이 회장 사재 1조원 기부…2조~3조원대 미술품 2만3000여 점 국립기관에 기증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삼성일가는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공개했다. 상속세는 예상했던 대로 12조원 이상으로 지금껏 부과된 상속세 중 사상 최대 규모이다. 또한 2만3000여 점의 미술품을 기증하는 등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 약 30조원 중 15조원가량이 상속세·의료 공헌·기증 등의 형태로 사회 환원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족들은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는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고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등으로 주식 가치만 약 19조 원이다. 이에 대한 삼성 계열사 주식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에 이른다. 최대 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한 수치이다. 여기에 부동산 등 현금성 자산과 기타 유가증권 자산에 대한 상속세까지 더하면 12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앞서 2018년 11월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인은 (주)LG와 LG CNS 지분 등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신고했다. 2019년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인 조원태 회장 등은 2700억원 규모를 역시 분할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액은 롯데지주 등 국내 주식 지분 4500억원에 대한 세액 2700억원 등 국내 자산에 대한 상속세액만 4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선대와 비교하면 이번 ‘이건희 상속세’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액 176억원의 무려 680배에 달한다. 당시에도 ‘이병철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1988년 5월 당시 이건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유산 273억원에 상속세 150억원을 신고했으나, 국세청 조사에서 미신고 재산 36억원이 드러나 고지세액이 늘어났다.

12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상속세를 한꺼번에 내기는 역부족이므로 유족은 상속세를 이달 말부터 6회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납에 따른 가산금리는 지난해까지는 연 1.8%였지만 지난달에 연 1.2%로 낮아졌다.

LG와 한진 일가의 상속인이 연부연납제도로 나눠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상속세액을 일시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를 분납하려면 상속인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과세관청에 담보로 제공하거나, 보증보험기관의 납세보증보험증권 또는 은행의 납세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화재는 비과세이며, 공익단체 출연금 등 기부금은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된다. 국외 자산의 경우 국외에서 상속세를 냈다면 국내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삼성 일가는 상속세를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분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간에 상속 비율을 어떻게 정했는지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상속세 재원은 개인 재산과 주식 배당금으로 마련하고 부족한 금액은 금융권 대출 등의 방안을 활용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약 1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사재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극복 등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연구지원에 7000억원을 기부하고 소아암이나 희귀 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조~3조원대 규모로 추정되며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렸던 이 회장 소유의 미술품 2만3000여 점도 모두 기증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이중섭의 황소 등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1조원대 기부와 2조원대 미술품 증여, 상속세 납부 금액을 합치면 약 15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남긴 약 30조원 규모 유산의 절반이 다시 사회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외 이 회장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는 사업 외 다양한 사회 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 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국가 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 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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