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초 "포스터에 남혐 로고 사용" 주장
경찰청·1박2일까지 번져…남녀갈등 표면화
"기성기업 몰이해에 청년 생존 문제 겹쳐"
"극단적 대립보단 바람직한 방향 모색해야"

GS25가 3차에 거쳐 수정한 포스터(사진=GS25)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편의점 GS25가 5월 1일부터 한달동안 진행하려고 한 행사 포스터에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이 쓰였다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다. 행사 포스터에 그려진 손가락 모양이 남성혐오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 상징과 비슷하다며 논란이 인데 이어 정부기관까지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GS25가 군과 맺은 PX 계약을 철회하라는 국민 청원 등장에 이어 경찰이 제작한 홍보자료물에 ‘남성혐오 상징물’ 메갈리아의 손 모양 디자인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청은 홍보물 수정에 들어갔다. KBS2 대표 예능프로그램 1박2일도 방송 중 라비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한다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이미지의 손이 ‘메갈 손’ 모양이라며 2일 에펨코리아 게시판을 시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에 대해 GS25는 2차례 홍보물 수정을 거친 후 사태를 타개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홍보·마케팅 업계는 “일부 극단적 남성들이 주도하는 과도한 몰아가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4일 뉴시스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차별과 젠더문제에 예민한 청년들을 기성 기업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서 이번 사태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남녀갈등이 포스터가 도화선이 돼 폭발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현상의 이면에는 고착화된 세대갈등과 청년문제들이 자리잡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굳이 남성차별과 여성차별로 말할 문제는 아니다”며 “남성들에게도 취업이라든지 결혼이라든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현재 사회제도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이런 이슈가 갑자기 대두된 데 대해서는 생존이 힘든 청년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 남혐을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볼 때 기업 등의 책임도 크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남녀대립보다는 개인주의를 버리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떤 상황이든 간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런 갈등을 극단으로 몰아가지 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요즘 들어 너무 개인주의가 강해지다보니 이런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극단적 개인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사건의 시발점이 된 GS25는 어쩌다 남혐 논란에 휩싸이게 됐을까. 1일 GS25는 SNS 계정에 ‘캠핑가자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을 쓸 때 표현하는 손 모양이 그대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손끝에는 성기를 은유한 소시지 일러스트가 있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포스터 영문 표현 뒷부분 ‘al g e m’을 거꾸로 하면 메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메갈은 남성 혐오자 등을 뜻하는 것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져 있다. 특히 포스터에 emotional(감성적인)과 관련한 직접적인 단어나 내용이 없는데도 마지막에 ‘al’을 넣은 것은 megal을 완성하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것이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GS25는 포스터를 수정해 게재했다. 하지만 수정된 포스터 하단에는 갑자기 1차 버전에 없던 달과 별 3개 모양이 등장해 또다시 논란이 됐다.

 

해당 이미지가 관악 여성주의 학회로 서울대학교 여성주의 학회 마크를 의미한다는 분석이었다. 난데없이 하늘도 아닌 땅바닥에 별과 달 모양이 배치된 것도 억지스러웠기 때문에 논란은 뜨거워졌다. 첫 번째 포스터 논란 때까지만 해도 우연의 일치로 생각했던 이들도 수정된 포스터에 배치된 달과 별 모양으로 심증을 굳히는 모습이었다. 3차까지 GS25는 수정을 거쳤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9시 방향에 메갈리아 손가락 형상으로 의심되는 별모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차 포스터까지는 하나만 있던 것을 3차 포스터에는 2개나 더 복사한 것으로, 마지막까지도 메갈과 관련된 표현을 의도적으로 삽입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원본 사진은 우크라이나 사진작가가 무료 배포된 이미지인데 여기에는 이 같은 이미지가 없어 네티즌들 사이에는 남성 혐오 표현이 어디에 또 숨어 있을지 ‘숨은 그림 찾기’에 들어갔다.

 

GS25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님들께 불편하게 할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하여 디자인을 수정했다”며 “논란이 되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했으며, 이미지 또한 검증된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캠핑’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GS25는 또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 세심한 검토와 주의로 모니터링을 철저히 거쳐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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