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계약서 아니라 근로계약서 … ”삼성화재 RC지부 설립 두고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요구
평사원협의회와 협상하는 삼성화재 … RC들도 노조원으로 끌어들인 삼성화재 노조

사진설명 - 삼성화재 노조 산하 RC지부가 설립 되며 보험설계 수수료는 우리의 임금이라며 앞으로 수수료 정할 때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 삼성화재 노조 산하 RC지부가 설립 되며 보험설계 수수료는 우리의 임금이라며 앞으로 수수료 정할 때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삼성화재 내 보험설계사 및 독립개인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삼성화재 RC 지부를 설립한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삼성화재 노동조합이 있는 상태지만 일반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엔 보험설계사들이 나선 탓인데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 삼성화재 한 지붕 아래 노조만 3개 … 노동조건 개선까지 멀고 먼 길

6일 삼성화재 노조 RC지부는 강남구 삼성화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손해보험업계 최초 삼성화재 노조 내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을 위한 RC지부 출범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해당 노조는 기존 정규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화재 노조 내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 관계자들의 노동인권 향상을 위한 조직으로 출범했다.

현재 삼성화재엔 삼성화재 노조와 평사원협의회라는 노조가 있다. 그러나 평사원협의회는 무노조 시절 운영됐던 무늬만 노조였던 곳으로 회사에 입사하면 삼성화재 직원들은 자동 가입되는 어용노조단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해당 단체가 무노조 경영 해제 이후 제1 노조인 삼성화재 노조가 설립되자 뒤 이어 평사원협의회가 노조설립을 신고한 것이다. 사측의 지원을 받는 노조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삼성화재 노조 입장이지만 사측과 평협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입사 직후 자동으로 노조 가입자격이 부여하다 보니 평사원협의회는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래서인지 사측이 무노조 방침을 깨자마자 설립된 삼성화재 노조가 아닌 평사원 협의회가 사측의 단체협약 공식파트너로 지정했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제 1노조인 삼성화재 노조는 평협을 공식 단협파트너로 인정한 사측과 갈등이 격화됐다. 특히 노조원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삼성화재 1노조에 대해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결국 삼성화재 노조는 보험사 내 최대 조직 중 하나인 보험설계사와 개인대리점으로 구성 된 RC들을 집중하게 됐다. 이들은 총 2만 5000명에 육박하지만 정식노동자로 불리기 애매하다는 한계가 있다.

여느 플렛폼 노동자 그러듯이 프리랜서 개념만 가진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사측과 RC들은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촉계약서로 얽힌 계약관계이며 계약위반 시 해촉도 쉽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정한 고용지위와 특수성을 이용해 보험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쌓아왔다고 RC들은 강조했다.

◇ 설계수수료가 아니라 임금, 위촉계약서가 아닌 노동계약서 … 이제 직접 협상할 것

이처럼 노조를 설립한 RC노조 측은 노동 3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측은 목표만 제시해 지키라고 강조했지만 마스크 한 장 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연금처럼 지급하던 개인연금지원을 올 초 갑자기 없애 노후 준비에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언급하며 원상복귀 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냐 없냐는 법적 논쟁을 벌일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RC노조 측은 단순히 고용보험에 가입했다고 노동자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여성 보험설계사들은 삼성생명과 화재를 먹여 살린 보험아줌마로 불렀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게다가 아침·저녁 조회를 강제로 참여 안 시키므로 노동자라고 불릴 수 없다고 하나 현실은 조회를 이름만 바꾼 미팅에 참여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 사측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RC노조는 그동안 보험 설계 수수료율을 사측의 일방적으로 정하고 지급해왔고 위촉계약서도 사측이 시키는 대로 서명하고 사인한 게 전부였는데 이를 이제 바꿀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험설계수수료는 임금이며 위촉계약서가 아니라 노동계약서라는 것이다.

비록 RC지부 내 보험설계사들은 일반 정직원들과 하는 일과 역할은 다르나 삼성화재 노동조합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같은 노동자로서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협상력을 키우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측과 직접 수수료에 대해서 협상하고 위촉계약서에 대해서도 협상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동안 노동3권도 제대로 못 지켜지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를 두고 삼성화재 노조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특수노동고용자까지 한데 묶은 노동조합 연대가 탄생했다”며 “그동안 평사원협의회를 통해 노조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을 타파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RC노조는 사측과 상생을 지향하며 교섭과 원활한 소통을 통한 상호 발전적 관계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측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노조 결성에 대해 관여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답할 게 없다”며 노조 설립에 대한 입장을 회피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