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KB굿잡 부산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 공고란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금융경제신문)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자가 정상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던 은행들이 이들을 퇴사 조치하고 특별채용을 실시하는 등 채용비리 피해 구제조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실제 채용비리로 피해를 입은 구직자를 구제하는 방식이 아닌 신규채용을 늘리는 방식의 구제책을 마련했고 이 마저도 주저하는 은행이 있어 반쪽자리 구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대구은행, 부정입사자 퇴사 조치 후 특별 수시채용 실시

7일 은행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의 일환으로 특별 수시채용을 실시한다.

모집 분야는 일반직 7급 신입행원과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지원자들은 서류전형, AI전형, 코딩테스트, 필기전형,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 선발될 예정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취업지원대상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대하며 모집인원은 신입행원 20여명, 채용 연계형 인턴 10여명 이내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채용비리에 연루돼 부정입사한 인원은 모두 24명으로 이들 중 17명은 최근까지도 대구은행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일자 2월부터 대부분 자발적으로 퇴사했고 대구은행은 부정입사자 조치방안에 대한 법률검토를 바탕으로 4월 말까지 모두 퇴직조치를 취했다. 

대구은행보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특별채용을 통해 20명을 최종 채용하면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방안 조치를 마무리했다. 우리은행도도 이번 채용에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취업지원대상자,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채용에 우대해 채용했다. 대법원 최종판결로 드러난 우리은행 부정입사자는 모두 20명으로, 이들 중 12명은 자발적으로 퇴직했고 우리은행은 법률검토를 바탕으로 남은 8명의 부정입사자에 대해 2월 말까지 전원 퇴직조치를 취했다.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은 정치권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11개 시중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검사 결과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검찰은 7개 은행에서 채용점수 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했고 현재 우리·대구·부산·광주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난 상황이다. 신한·KB국민·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은 각각 하급심이 진행 중이다.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4개 은행에서 비리 연루자들이 버젓히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은 이들 은행들에게 채용비리와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 및 후속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부산은행은 지난해 9월까지 부정채용자로 분류된 직원들이 전원 퇴사했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이들의 처리문제를 고심하다 우리·대구은행이 법률적 검토를 거쳐 부정입사자를 퇴사조치하고 특별수시채용을 채용비리 구제방안으로 내놨다.

◆ 여전히 부정입사자 정상 근무하는 은행도...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의 채용비리 후속조치가 반쪽짜리 구제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채용비리자를 퇴사 조치하고 결원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특별 수시채용을 실시했지만, 이는 채용비리로 입사한 이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탈락자들에 대한 채용이 아닌 새로운 채용경쟁절차이기 때문이다. 즉, 채용비리 사건 당시 채용비리자의 합격으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직접적 피해를 입은 이들은 구제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구제방안에 대해 검토했으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당시 불합격자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우리·대구은행은 부정입사자를 퇴사 조치하고 특별 수시채용을 실시하고 있지만, 광주은행은 이 마저도 주저하고 있다. 광주은행에서는 지난 2016년 진행한 공개채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해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5명이 현재까지 정상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부정입사자 처리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다른 은행 사례를 지켜보고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 차원에서 채용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부정입사자의 채용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정입사자들을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 통보를 했을 시 이에 불복해 은행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붉어진 이듬해인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어 부정합격자는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규준은 이전에 발생한 채용비리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없고, 강제성이 없다. 

그럼에도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권 채용비리가 세간에 알려진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이들 은행이 부정 입사자들에 대한 처리를 미적대는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들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가지 부담이 작용할 수 있지만 이를 미적대면 은행권이 채용비리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은행들이 사회 구성원들의 일반적인 상식 선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채용비리 문제로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이 쉽지 않아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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