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전 정부보다 관피아 낙하산 늘었다"
[인터뷰]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전 정부보다 관피아 낙하산 늘었다"
  • 정성화 기자
  • 승인 2021.05.1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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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한 약속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 끝나가"
"내로남불 행태에도 계속 노동계가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결국 우리가 정부와 여당에 속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온데 간데 없고 금융권 낙하산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보다 늘었습니다. 약속 어기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데 여당이 계속 노동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오산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격양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최종 무산되자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앞서 2일에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도 가졌다.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무산에 따른 노조의 분노가 은행과 윤종원 은행장 보다는 정부와 여당을 겨누고 있는 이유로 김 위원장은 "결국 결정권은 정부와 여당이 쥐고 있고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야기는 지난해 초 발생한 금융권 최장 출근저지 투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26대 IBK기업은행장으로 윤종원 은행장이 임명되자 기업은행 노조는 이에 반발해 윤 행장의 출근을 가로막았다.

당시 노조가 내세운 출근 저지 명분은 '낙하산 인사 반대'와 '내로남불'이었는데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관피아 낙하산으로 규정했고 전 정권 때에는 낙하산 인사 임명을 반대해놓고 정권을 잡자 이를 용인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다"며 허 전 차관의 임명을 무산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관료출신 인사가 기업은행장에 내정될 때마다 반대했고, 결국 윤종원 은행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10년 동안은 관료출신이 아닌 내부출신 은행장이 기업은행을 맡아왔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해 1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강기정 전 수석이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이때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한 말이 오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강 전 수석이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서울 모처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여러가지 대화가 오갔다"며 "흔히 노조에서 먼저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강 수석이 먼저 해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당시 우리는 노조 추천 이사제 보다 청년에게 공공기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대상 고연차 노동자의 희망퇴직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받아 들여졌다"면서 "이렇게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희망퇴직 문제 조기해결 등을 포함하는 '6대 공동선언'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6대 공동선언 합의 이후,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을 종료했고 지난달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 후보군으로 오르면서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제가 순조롭게 도입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금융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임명이 무산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이사 임명권을 금융위가 쥐고 있다.

현행법 체계에서 기업은행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가 된다는 규정도 없지만, 안 된다는 규정도 없었기에 정부의 도입 의지만 있다면 이번에는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은행쪽도 당연히 노조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확신을 노조 측에 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국 김 위원장과 기업은행 노조의 여당을 향한 분노는 노조 추천 이사제 무산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약속 이행에 관한 문제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정부와 여당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도 없었고 출근저지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우릴 속였다"면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포함, 6대 공동선언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 없고 이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골든타임 또한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이제 1년 남은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노조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규탄 수위를 연말까지 계속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는 "이제 문재인 정부도 임기 말에 접어든다"며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고, 민주당이 계속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새 정부가 과거 정부 때의 약속을 얼만큼 이행할 지는 결국 미지수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기업은행 낙하산 논란에는 "기업은행 뿐만이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정부 낙하산이 풍년"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2월에는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 신임 상임감사에 선임된데 이어 최근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서비스의 신임 부사장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모 씨가 임명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을 내걸었지만 오히려 전 정권보다 낙하산이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았다"며 "내로남불과 위선의 행태가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러한 내로남불과 위선의 행태를 계속 보이면서도 노동계가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연말까지 기존에 한 약속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이 없다면 야당을 포함한 모든 세력과 정책공조가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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