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다사다난 한국경제-은행]
은행만 나홀로 호황… 횡재세 등 논의에 화들짝
한은, 7연속 금리동결… 소비·투자 등 우려 반영
은행권 수장 교체 바람… 새로운 조직문화 기대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은행장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은행장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올해 은행권의 화두로는 ‘금리’, ‘주담대’, ‘횡재세’, ‘상생금융’ 등이 떠오른다. 대내외적 악재로 서민금융의 심각성이 더하면서 좀더 구체적 방안 모색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상생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 압박에 은행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올해 역대급 은행 이자이익으로 비판적 여론과 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국민들의 고금리 고통에 국회의 횡재세 논의까지 언급하며 은행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올 연말까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로 했다.

내년은 경기가 더 나빠질수 있다는 우려속에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고 특히 은행권 이자장사의 오명을 벗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상생금융’ 방안을 내놔야 할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총재 “동결 결정이 아직은 필요해”

한국은행은 올 1월 연 3.25%에서 마지막 금리 결정을 3.50% 7회 연속 ‘동결’로 마무리했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상승으로 금리를 인상해야할 이유는 많지만,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민간 소비와 투자 부진을 우려해서다. 

경기 부진과 고물가라는 딜레마에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혀진 한은은 6개월 이상 긴축할 것이라는 매파적 메시지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섰다.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대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성장률도 가까스로 2%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봤다. 반면 내년 물가 전망치는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여 잡고, 목표 물가 도달 시점을 이르면 내년 말로 예상했다. 사실상 금리 인하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 지원이 되야

금감원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 들어 9월말까지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14조1000억원)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은행의 1∼3분기 이자이익은 44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분기 이자이익은 14조8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천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만나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17개 은행장 간담회’ 후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속하게 상생 금융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서 해당 지원 방안이 더 속도감 있게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 “은행들이 지원 대상과 대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점검했고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운영 중인 TF를 통해 향후 규모나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얼만큼의 금액과 지원대상, 방식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고 있지만, 얼만큼의 지원 혜택을 제공할지 상생금융의 방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제2금융권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환대출에 대해서도 지원 폭을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에 있는 은행장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상생 금융 필요성을 더 실감할 수 있었다”며 “은행이 돈을 잘 벌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당성을 가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우선적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5.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1금융권이 저금리 대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 용도가 명확한 사업자대출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자 감면 폭이 크지 않고 지원 대상이 제한되는 이유 등으로 프로그램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주담대 금리 얼마나 하락했나… 수요는 늘어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은 67.2%로 전달(75.2%)과 비교해 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4.8%에서 32.8%로 늘어, 지난해 11월(35%)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올해 3월 이후 줄곧 10~20%대를 유지한 바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는 한 달 사이 금리 상단이 0.6%포인트 하락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날 3.76~6.02%로 집계됐다. 국민에 이어 농협은행 주담대 하단이 3%대로 내려왔다. 상단은 하나를 제외한 4곳이 5%대로 하락했다.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4.53~7.04% 수준이다. 고정금리와 비교해 0.77~1.02%포인트 높게 형성돼 있다.주담대 고정금리가 내려가는 건 시장금리 하락 영향이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국채금리가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채 금리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전일 평균 4.069%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4.734%에서 한 달여 만에 0.665%포인트 빠진 수치다.

12월 중 소비자는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가계대출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지난 29일 은행연합회는 6대 은행이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12월 1~31일 한시 면제한다고 밝혔다.

주담대 수요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집값 상승세도 주춤한 상황에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90조3856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3737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이 줄었지만 주담대가 한 달간 5조원 가까이 최대 폭으로 급증한 결과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26조2223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9958억원 불어났다. 월간 주담대 증가 폭은 지난달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도 해야”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말 기준 총 690조3856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보다 4조3737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상승 전환해 이후 7개월째 증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7일 은행장들과 만나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차주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을 강조해 왔는데, 이제는 취급의 적정규모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금리 상승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 금감원은 “금리상승기에 변경금리를 대출 연장 실행일 보다 만기일로 적용하는 게 더 유리하고, 금융소비자는 해당 금융기관이 변경금리를 적용하는 일자를 직원에게 문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5.04%로 전월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올 2월(5.22%) 이후 8개월 만에 5%대 진입이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4.56%)과 신용대출(6.81%)이 전달보다 각각 0.21%포인트, 0.2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은 5개월 연속, 신용대출은 4개월째 올랐다. 가계·기업대출을 모두 반영한 전체 대출금리는 5.17%에서 5.24%로 0.07%포인트 올라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자비용, 작년 18.3% 증가… 역대 최대 기록, 올해는?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가구 소득이 67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비용 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구의 평균 소득은 6762만원으로 2021년(6470만원)에 비해 293만원(4.5%) 증가했다. 지난 2021년 소득증가율(4.7%)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4%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래 3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280만원으로 전년대비 8.1%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은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지출을 말한다.구성비와 금액을 보면 공적연금·사회보험료 433만원(33.8%), 세금 416만원(32.5%), 이자비용 247만원(19.3%), 가구 간 이전지출 141만원(11.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자비용은 비소비지출 가운데 증감율이 가장 높았는데, 전년보다 18.3%(38만원) 늘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이자비용의 전체 구성비도 전년보다 1.7%포인트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3만 3천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4% 증가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은 24%가 넘었다.

◇3분기 산업 대출금 32조 늘어

은행의 올해 3분기 산업대출이 3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의 노력에 더해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대기업의 대출 선호가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모든 산업 대출금은 187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2조3000억원 늘었다.

분기별 산업대출 증가 폭은 지난 2분기 24조8000억원에서 3분기 32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조용병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용병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 신임 회장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상생금융 구현 등 은행의 중요 여러 현안의 대응 과제를 안은 새 수장들 소식이 들린다.
KB금융그룹이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21일 정식 취임해 3년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양종희 회장은 지난 1989년 한국주택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고, KB손해보험 사장과 KB금융 부회장을 거쳐 KB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양 회장은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를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취임 직후 조직개편과 인사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KB금융 계열사 11곳 중 9곳, 10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 인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만큼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이승열 은행장이 올해 1월 차기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출범 후 초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함영주 은행장과 지성규, 박성호 은행장에 이어 4번째 통합 하나은행장이 됐다. 하나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그는 “조직안에 경청과 솔직한 소통, 조직을 위한 단단한 신뢰를 구축에 위기에 더 강한 은행, 건강한 하나은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3대 과제로 고객, 현장, 강점에 집중을 꼽았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24일 취임 당시 우리금융은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건과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조직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때였다.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로 정식 선임된 임 회장은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을 강조했다.

우리금융 경영을 책임지게 된 임종룡 회장에게는 고질적인 내부 파벌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세워나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해 나가자고 주문했다.조 행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기업문화를 만들자”며 “비금융 부문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과감한 도전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행장은 우리은행의 핵심 가치인 ‘고객·신뢰·혁신·전문성’을 근본적 변화를 위한 4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은행연합회는 사원총회를 통해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만장일치로 제 15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출했다. 5번째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 된 조 신임 회장은 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조 신임 회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상생을 실천하자”며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요청했다. 취임식에서 상생금융 방안 마련과 은행권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jin12@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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