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요즘 점점 더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정보 환경 속에서 인터넷 매체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전파된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거나,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국가 운영이나 국민 생활과 관련해 정부가 전하는 공보,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를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 언론이 전하거나 생산하는 뉴스, 다양한 콘텐츠의 영상물 등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재난 정보같이 반드시 모두에게 알려져야 하고 빈틈없이 정확해야 할 필수 정보도 있다.

반면 가십거리같이 소수의 흥밋거리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갈 만한 소문도 있다. 문제는 무심코 소비되는 특정 개인에 대한 사생활 정보가 그 사람의 생사 운명을 가를 정도로 치명적으로 유출되는 경우다.

사생활의 비밀권과 사생활의 자유권이 헌법상 보장돼 있다. 헌법 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이 중 사생활의 비밀권은 국가나 다른 주체가 나의 사생활영역을 멋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권리다. 개인의 내밀한 비밀을 유지할 권리이자, 국가나 다른 주체로부터의 침해를 물리칠 권리다.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러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공무상 필요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포함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해 처리하고 있으므로, 국가 기관으로부터 특정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국민의 사생활 정보가 함부로 유출하지 않도록 법률에 여러 겹의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공기관을 포함한 모든 정보의 처리자들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라도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을 수집해야 하고, 수집된 정보를 목적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함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수집한 정보는 알권리 보장을 위해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을 보면, 범죄 수사를 하는 공무원이 수사대상자의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누구라도 이러한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작년 말 한 배우의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그의 내사 단계에서부터 범죄혐의가 단독 보도됐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으나, 거의 모든 언론이 취재 경쟁에 뛰어들었고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공표됐다. 한 개인의 사생활이 난도질당하는 이 상태에 대해 그가 사망할 때까지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소위 공적 인물 이론에 의해 유력한 개인의 사생활 보도가 정당화된다고 한다. 공적 인물은 국가나 사회가 부여한 특권을 누리므로, 사생활마저도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이론이 말하는 공적 인물은 소위 말하는 힘 있는 사람들, 즉 정치인, 고위 공직자 또는 유력한 재계 인사들이 해당한다. 단지 흥행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연예인은 포함될 수 없다. 연예인은 유명한 사람일 뿐, 국가나 사회가 부여한 특권이 없지 않은가. 유명세로 인해 공적인 관심의 대상자이 될지언정,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시시때때로 유명인의 사생활 정보가 넘치도록 전해지는 게 불편할 때도 있다. 유명하다고 해서 헌법적 권리인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받아도 상관없다고 할 수 없다. 가십거리라고 비판 없이 남의 사생활 정보를 소비할 수는 없다. 유명하지만 힘없는 사람들이 당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힘없고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권리는 유명무실해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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