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IT컨설팅 전문 AJ&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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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한 때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었다. 컴퓨터가 최적의 수를 두기에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8년 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무참히 무너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상은 깜짝 놀랐고 그 후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과 함께 수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매달렸다.

지금은 어떨까? 바둑기사들은 과거처럼 이제 사람의 기보를 연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넘어선 인공지능의 한수 한수를 분석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테슬라는 작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인간이 작성한 코드 30만줄을 삭제하고 순수 AI로만 주행하도록 학습시킨 FSD V12를 발표했다. 성능이 인간이 작성한 코드보다 압도적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FSD V12는 규제 당국의 승인에 필요한 누적 주행거리를 채우고 2025년 이후 정식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Chat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도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일일이 코드를 작성하고 디버깅하는 과정은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AI가 원하는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고 오류를 잡아주기도 한다. 개발자들은 이제 핵심 로직에만 집중할 수 있어 개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의료 쪽에서는 영상판독에 인공지능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 카카오브레인은 9개 대학병원과 계약을 체결하고 의료영상을 제공받아 판독하는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 CE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한편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신약 개발 AI 알파폴드(AlphaFold)의 새로운 버전이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는 알파폴드의 출시에 맞춰 전 세계 AI 신약 개발 플랫폼들이 업그레이드 돼 선보일 것이라면서 올해 주목해야 할 과학 이벤트 중 하나로 ‘고도화된 인공지능(AI advances)’을 꼽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AI 기술개발의 선두 주자 구글이 광고 사업에 AI를 도입한 이후 무려 3만명을 구조조정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국민은행이 AI 도입 이후 콜센터 직원 240명을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OECD는 2023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 전세계 일자리의 27%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15일 105개국 기업 최고경영자 4702명 중 25%가 생성형 AI로 인해 올해 최소 5%의 인력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다른 시각도 있다.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AI가 결국 인류에게 여가를 더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계가 모든 음식과 재료를 만들고, 사람들이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주 5일 근무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 또한 AI로 인해 차세대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주 3.5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들의 자녀는 100세까지 살 수 있고 암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03년 라이트형제가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1969년 인류는 달에 발을 내디뎠다. 불과 66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지 겨우 10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AI는 의료, 교육, 산업, 법률,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앞으로 인류가 AI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조만간 인류 문명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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