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복 파운트 CIO가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파운트)
김민복 파운트 CIO가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파운트)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AI 기반 자산관리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김민복 파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났다. 김 CIO는 미국에서 머신러닝을 전공했다.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증권사에 발을 담갔지만 시대적 흐름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한 후 자리를 옮겼다.

김 CIO는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으며 현재 2030세대의 주식투자 참여에 동감한다고 전했다. 그 또한 자산 가격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투자를 하려면 철저히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민복 파운트 최고투자책임자와의 일문일답.

-자기소개

2015년 말 파운트를 설립한 후, 투자자문 라이센스를 획득했다. 현재는 고객 자산관리 어플리케이션 ‘파운트’를 운영 중이고, 파운트 설립 당시 목표였던 B2C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초반에는 B2B 쪽 사업을 주로 진행해 레코드를 쌓았지만 기존 설립 목표는 B2C였다.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면서 B2C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B2B 비즈니스보다 품을 들여야 하거나 금전적인 부분에서 자금 투입이 많이 이뤄져야 하는 분위기여서 차이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

B2B 비즈니스는 고객기반을 확보 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생각해 시작했다. B2C는 마케팅과 바이럴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B2B 비즈니스로 먼저 신뢰도를 높이는 게 필요했다. 신뢰와 인지도가 B2C 비즈니스에서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봤다. 자산운용 부문은 브랜드 가치나 고객 신뢰가 강조되기 때문에 초기단계에는 금융 분야 대형사와 B2B 계약을 맺으면서 신뢰를 이전 받는데 집중했다.

-B2B 비즈니스와 B2C 비즈니스의 차이점은?

B2B는 과정 중심이고, B2C는 결과 중심이다. B2B가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 하고, 과정에 대한 어필이 필요한 반면 B2C는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보고 결정이 된다. 투자업 특성 상 기술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차이를 알아보기가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휴대폰에 적용된 OS(Operating System·운영 체계)를 들 수 있다. 애플사에서 차용하는 OS와 안드로이드 OS는 직관적으로 바로 알 수 있는데, 투자업은 포트폴리오가 최종 결과물이라 잘 보이진 않는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평가 받는 구조에서, “어떤 종목을 샀고,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로는 기술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지 않다. 차이가 눈에 잘 안 보이는 셈이다.

동일한 A 포트폴리오, B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가정하면, 결과값만 봐서는 다른 기술을 적용했다는 걸 모를 것이라고 본다. 포트폴리오만 보여줘선 차이를 인지하기가 어려운데 고객의 평가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뤄진다.

기관과 고객의 차이는 “보면 안다”라는 것에 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기관보다 투자 경험치가 낮은 일반인을 가정했을 때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와 집중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알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플리케이션 UI나 UX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고객을 위해서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니즈를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투자 시작 계기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HTS가 탄생했다. 당시 분위기가 주식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IT버블 당시의 분위기를 기억한다. 초반에 HTS가 나왔을 땐 혁신적이었다. 40대라면 HTS를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원래는 전화로 주식을 주문하다가, 인터넷으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주식을 시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집값 때문에 동기가 생겼다. 해외 유학을 다녀왔는데, 당시 강남 모 아파트가 10억원 가까이 올라있었다. 가기 전만 해도 4억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지금 2030세대가 주식투자에 빠져드는 이유도 공감한다. 주식투자 열풍이 그 당시에도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건, 20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해야 하고, 선물·옵션 같은 특정 고객군을 위한 탭은 굳이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가 유행이고, 한국에서도 모바일 특화 증권사를 세우려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기업이라면 선물·옵션 탭은 지울 것 같다. 예컨대 업비트 같은 방식으로 만들 것 같다. 거래창이 직관적이고 시세가 한 눈에 파악되는 방식 말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거시 경제 지표는?

지금은 옛날의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힘든 것 같다. 2017년까지는 경기 사이클 개념이 유효했던 것 같다. 재고가 소진되고, 소비가 진작되는 선순환 구조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경기 사이클 개념이 구태의연해진 느낌이다. 최근엔 기술 혁신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다. 고용 지표 개선이라든지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용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 사실 고용뿐 아니라 금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데, 물가가 빠르게 뛰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면 당연히 반대급부가 발생한다. 부동산뿐 아니라 사회 다방면 각계각층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사실 금리 인상 시나리오는 상상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만약 미국이 생각보다 금리를 빨리 올리면 미국 채권 금리도 올라갈 거고, 자산 이탈도 심화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유출과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인 현상일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경제활동이 시작될 거다. 이후의 일은 예측할 수 없고, 어떻게 전개될 지 상상할 수 없다. 과도한 수요로 인해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실질적으로 금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봐야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시기에 채권 투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 금리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데, 인플레이션 발생할 때 채권은 방어수단이 될 수 없다. 채권도 깨지고 주식도 깨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발생 시 어떤 곳에 투자해야 할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큰 리스크는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특별히 나쁜 부분을 찾는 게 힘든 상황이다. 악재라는 걸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미국 초대형주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애플 시가총액이 2000조원 수준인데, 10% 주가 상승하려면 200조원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200조원의 가치를 더 하는 게 쉽진 않다. 아마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어림잡아 20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밸류에이션이 200조원 증가해야 한다. 유니콘 기업 시총이 1조원 수준인데, 이런 걸 200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 시가 총액이 너무 올랐고, 이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얼마나 확장해야 더 오를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유동성 장세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 보는지?

정치적인 이유와도 결부돼있지 않나 싶다. 집값은 GDP를 평가하는 지표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도 장이 좋으면 정치인 입장에서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전체 자산의 50%가 유동성 자산이고, 연금도 상당 부분이 주식(Equity)에 포함돼있다. 내 노후를 책임지는 게 주식인 셈이다. 그래서 유동성 장세가 계속돼야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과도해지니 금리 인상해서 물가를 안정시켰다. 플라자 합의나 루브르합의를 통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는 이상 유동성 장세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제도를 관장하는 건 정치인데, 정치권에서 유동성 장세를 끝내야겠다고 마음 먹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완화적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지만, 신흥국은 환율 딜레마가 있어서 눈치 보면서 행동할 거라고 본다.

-투자 전략과 철학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중장기 성장주와 보복소비 테마를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다. 작년은 장기 성장주 일변도로 증시가 흘렀지만, 올해는 포스트코로나 이후 수요(소비) 회복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DNA나 지노믹스 같은 유전자 분야, 탄소배출권 거래 등 클린 에너지 분야, AI(인공지능) 등 분야가 크게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경기 사이클과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맞춰 보복소비 관련 테마에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스포츠, 레크레이션 등 여가생활과 관련된 부문이 괜찮을 것 같다.

또 미국이 달러 약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니 신흥국 통화 가치도 더불어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경기 사이클에 맞춰 신흥국과 성장하는 주식 위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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