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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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신문=송진우 기자]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공개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공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는 ▲정부가 기업 스스로 가치 제고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한 상장기업의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밸류업 전담 조직 구성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각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해 매년 1회 상장기업 홈페이지 및 거래소를 통해 자율 공시해야 한다. 2년차부터는 전년도 계획 및 이행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대상을 확대하고 공시대상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계획과 투자자 소통노력을 추가 기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주와 기관 등 일반 투자자들과 소통 및 피드백한 결과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어 5월에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6월에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게 된다.

기업 밸류업 지수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신설된다. 지수 종목은 PER(주가이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다양한 투자 지표를 고려해 구성될 예정이다. 지수 개발은 올해 3분기, ETF 출시는 4분기 또는 12월로 예상된다.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도 벤치마크 지표로 참고·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도 기업을 지원한다. 세제지원 인센티브 등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통해 우수 기업들은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사전 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세·법인세 경정 청구 우대, 기업승계 컨설팅 등 혜택도 받는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전담 조직을 꾸려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이어지도록 했다. 거래소 내에 전담 부서가 신설되며 전문가와 국내외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 운영, 상장기업 공시 담당 임직원에 대한 IR 교육 및 맞춤형 컨설팅, 공통 투자설명회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긴 호흡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며 “정부도 세제 개선,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더해지면 지난 2021년 기록한 코스피 3300포인트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원방안이 기업 현실에 맞도록 주기적으로 보완·개선해 나가고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밸류업 대열에 쉽게 합류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대상으로 1대1 컨설팅, 현장지도, 교육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발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 시대의 전환점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국회, 업계, 기업 등 모든 시장 참여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회장은 “협회와 금융투자업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우리 기업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원하고 기업 투자, 운용, 분석, 자금조달 등 전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 '밸류업' 발표에 증권사들 반응은?... "정책 구체성 부족, 시장 기대치 못미쳐"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상법 개정 로드맵이나 자사주 소각 관련 법인세 혜택,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구체성 있는 조치였으나 이런 내용이 전부 빠졌다”며 “관련 제도 정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의 문제, 기업들의 반발, 세수 감소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최근 1개월간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와 현대차 그룹주와 삼성그룹주를 비롯해 지주회사들의 상승폭이 컸지만 실망매물 출회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관련주 조정이 ‘파는 조정’이 아니라 ‘사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으나 3월 주주총회, 5~6월 KRX 밸류업 지수 발표, 법인세 감면 등의 Value 모멘텀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정책과 달리 기본적으로 상장사의 자율성에 크게 의존했고 세제 등 인센티브도 기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며 “저PBR 업종 중심으로 실망 매물 출회로 시장 하락이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의 낙폭을 줄여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실망 매물 출회에 따른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 정책 모멘텀이 소멸됐다고는 보기 어렵고 2차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으며 밸류업 지수 개발 등 관련 ETF 출시가 아직 시장 기대감을 이어나갈 만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것보다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더라도 정책이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며 “시장의 기대보다는 느릴수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다시 반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 공개를 통해 스튜어드쉽 코드 도입을 언급하고 일본 사례를 첨부하면서 향후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 사례를 따라갈 것임은 더욱 명확해졌다”며 “향후 일본 사례분석을 통한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박근형 IBK투자증권 부장은 “현재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에 실망감 매물이 나왔지만 5~6월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는 선반영 됐고 (2차가 발표되기 전까지) 저PBR 관련 종목이 다시 올라올 것인지, 반도체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할지, 약간의 트리거만 나오면 3월~4월에 급등할 수 있는 (낙폭과대 섹터인) 이차전지 매수해야 하는지 등 전반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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