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머스크가 돌연 테슬라 전기차 구입 때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고 12일(현지시간) 선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테슬라 전기차 구입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패닉상태다.

지난 1월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적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20% 뛰었다. 3월엔 테슬라를 살 때 비트코인을 받겠다고 했다. 머스크의 띄우기에 비트코인은 두 달 새 약 3600만원에서 한때 약 77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런 머스크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한 것을 잠정 중단했다"며 그 이유로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화석연료, 특히 석탄의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많은 영역에서 좋은 아이디어이고, 미래가 유망하다는 점을 믿는다"라면서도 "그러나 환경에는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비트코인 채굴에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될 때까지 전기차 결제를 중단한다"며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에는 많은 전기가 쓰인다. 지난 2월에는 비트코인 채굴에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기 사용량보다 더 많은 전력이 사용된다는 케임브리지대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후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전기차 업체의 CEO로 그동안 기후문제와 친환경 경영에 관심을 기울인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화석연료 문제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머스크의 기습 트윗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머스크의 발표가 있기 전 6900만원대였으나, 트윗이 나온 직후 한때 15% 이상 폭락했다. 다른 가상 화폐들도 덩달아 하락했다.
 
그동안 머스크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스스로를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부르던 그는 지난 8일 미 NBC 방송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진행자로 출연해 또다시 도지코인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 방송에서 "도지 코인은 사기"라고 한 농담 한 마디에 가격이 30% 넘게 급락했다. 머스크의 변덕에 투자자들은 '시장 조작을 일삼는 거짓말쟁이', '테슬라 구매를 중단하겠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머스크의 전기차구매 결제중지 트윗으로 한때 17%까지 하락했던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시세는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서 상당폭 반등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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