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운용사 發 환매 중단 ... '펀드런' 우려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펀드' 105억원 판매
키움·브이아이운용 각각 3500억원, 1000억원대 판매
사모펀드뿐 아니라 공모펀드서도 발생한 환매 중단
사실상 무풍지대 사라지나

[사진=금융경제신문]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해외자산을 담은 재간접펀드가 줄줄이 환매 중단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환매 중단으로 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교보증권이 판매한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 사모투자신탁’의 105억원 규모 환매 중단, 키움운용과 브이아이운용이 운용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의 4700억원 규모 환매 중단은 모두 해외자산을 담은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펀드다.

재간접펀드는 '펀드의 펀드'로 불린다. 펀드에 담은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분산투자하는 것이 원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재간접펀드들은 문제가 되는 자산에 대한 실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현지의 권고를 인지했어도 자체적인 판단으로 뭉개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일 환매 중단된 교보증권의 ‘로열클래스 펀드’는 미국 역외펀드인 ‘탠덤 크레딧 퍼실리티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채권을 발행해 이를 담는 형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소상공인 금융기관 대출 상환이 문제를 겪으면서 연체 비율이 급등했고, 대부분의 채권은 부실채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증권은 채권을 발행한 미국 금융사 WBL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 키움운용과 브이아이운용이 지난 7일 환매 중단한 해외 자산운용사 H2O자산운용의 8개 펀드 중 3개 펀드(멀티본드, 알레그로, 멀티스트레티지) 는 총 4600억원대로 국내 은행권에서 팔려나갔다. H2O자산운용의 연간 펀드투자보고서에는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 국채와 후순위 은행 자본과 유사한 상품이 편입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2O운용이 프랑스 금융감독청(AMF)으로부터 설정 금지·환매 중단을 통보받은 3개 펀드에 대해 키움운용 측은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에 편입된 문제가 된 3개 펀드의 비중이 크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환매 중단을 당시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얼터너티브 펀드’는 교보증권의 로열클래스 펀드와 같이 재간접 형태로,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형태로 판매됐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투자자들이 접하기가 간단하고, 사모펀드가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것과 달리 공모펀드는 열린 형태다.

또 얼터너티브 펀드의 책임운용역인 김진이 이사는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의 차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회장의 자녀가 운용하는 상품인 만큼 내부 논리가 작용했을 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H2O펀드’를 재간접 펀드로 운용한 키움운용의 펀드가 국내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판매되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은행(37.15%) ▲삼성증권(28.16%) ▲신한은행(15.52%) ▲기업은행(9.8%) ▲우리은행(2.21%) 등에서 팔려나갔다. 사모펀드 논란이 없었던 국민은행이 최대판매사로 지목되면서 ‘펀드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얼터너티브 펀드'가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기본 형태는 공모펀드라는 점에서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도 환매 중단의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라임사태, 옵티머스사태 등 대부분의 환매 중단이 사모펀드에서만 발생했던 것과 달리 공모펀드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불안도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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