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구글갑질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벤치마킹 모델
미국,유럽,일본 등 전세계로 파급되는 나비효과

(사진=구글 홈페이지 캡처)
(사진=구글 홈페이지 캡처)

[금융경제신문=나선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달 31일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이 일년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를 견제하는 방안이 법제화됐다. 이 개정안은 향후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특정 결제 수단 강제 △모바일 콘텐츠 부당 삭제 △앱 심사를 지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앱 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글 역시 입장문을 통해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이 10월부터 국내에 도입하려 했던 '인앱 결제' 방식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에 인앱 결제를 적용하던 게임 외에도 구글플레이의 모든 앱을 대상으로 결제 금액의 30%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앱 개발사들은 이 방식이 오래 전부터 불합리한 제약이라고 토로해 왔는데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고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앱마켓 반독점 규제 법안이 한국에서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동시에 세계 최초다.

구글, 애플 등 거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용자의 인앱(In App) 결제 금액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하며 그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해 왔다. 구글이 국내에서만 연간 5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이 적다는 문제의식도 개정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에서의 법안 통과에 따라 국제적으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추세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에서는 관련 제재를 가했고, 애플은 2일 변경된 앱스토어 정책을 발표했다. 애플이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리더앱'(reader apps)에 한해 앱 내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이용자 계정을 설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도 오픈 앱마켓 법 등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이 최초로 앱 마켓사업자의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앱 개발자와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권익침해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미국·유럽 등에서도 오픈 앱마켓 법 등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앱 마켓 등 플랫폼 규제정책 입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해외 외신들도 이번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IT 전문지 '더 버지'는 "미국 의회에 지난달 관련 법안이 상정된 가운데 러시아, 호주 등에서도 앱 마켓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며 "이번 한국의 법안 통과가 글로벌 규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 통신은 "이번 결정이 인앱 결제 방식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 움직임 속에 나왔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유사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전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 역시 "한국의 법안은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유럽,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앱 생태계에 대한 수많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최근 애플과 구글에 대한 강력한 새로운 규정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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