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지난 12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두 곳의 즉시연금에 가입한 한 소비자가 낸 즉시연금 소송에서 1심 승소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모처럼 웃었다. 지난 번 금융소비자단체에서 낸 단체 소송에선 연속해서 패소했기 때문에 이번 승소로 반박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판결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타부타 이야기를 더 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만 즉시연금 사태의 본질은 약관에 없는 내용을 가지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떼 갔기에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보험사가 그렇지만 조금만 잘 나간다는 상품을 한 보험사에서 팔기 시작하면 비슷한 포맷을 들고 다른 보험사에서도 판다. 그러다 보니 해당 즉시연금 상품도 여러 생명보험사들이 팔았고 비슷하게 수수료를 떼 갔는데 이게 문제가 터져 대형 사건화 된 것이다.

그렇지만 보험사는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하고 소송을 통해 승소를 하면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전임 윤석헌 금감원장이 비슷한 약관으로 판매 했으니 전부 소급적용해서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사실상 명령했고 소수의 보험사들은 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사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수수료 규모가 1조원으로 매우 많았던 데다 당시 생명보험사의 연간 순이익이 3000억 수준도 안 돼 돌려줬다간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소송으로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또 있었다. 소비자가 보험금을 돌려받는다고 하면 3년 내 받아야 하는데 소송을 할 경우 3년이 넘을 가능성이 있었다. 집단 소송을 준비한 소비자단체에선 보험금 소멸시효를 노리고 보험사들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 꼼수라면서 집단 반발한 이유다.

그렇게 시작한 소송에서 보험사들은 약관에 없는 내용으로 수수료를 떼 간 것이 재판에서 속속 드러나면서 연일 패소했다. 1개의 보험사만 약관에 해당 수수료를 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승소한 것을 제외했기에 단체소송을 진행한 소비자단체 주장에 힘이 실렸다.

다만 소비자단체에서 제기한 단체소송들이 코로나19 인해 재판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소멸시효가 올해로 끝나는 곳도 있어 소비자단체는 연일 비슷한 약관을 가진 소비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상황에서 벌어진 개인소송에서 보험사가 이긴 것이다.

단체소송으로 재판을 할 때에 보험사에선 대형로펌을 이용해 적극 강변을 한 터라 개인소송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소비자단체와 연대해 단체소송을 하는 것이 그 소비자에겐 더 큰 이익이 있다는 것도 보였다.

우린 지난 3월 25일 시작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상기해야 한다. 당시 금소법 제정에 있어 들어갔던 것이 집단소송제였다. 개인이 대형금융사와 1:1로 붙는 것은 힘들기에 들어갔던 법안이었다.

이 점은 금융사의 반발로 결국 빠지게 됐지만 현 상황을 놓고 보면 결국 집단소송제로 보완하라는 소비자단체의 힘을 더 키우게 됐다. 약관을 잘못 만들어 생긴 소비자 피해를 너무 쉽게 생각한 보험사들의 패착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소송에서 이겼을 때 보험사가 웃은 건 단체소송에서도 반박할 여지로 2심에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집단소송제가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명분이 될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처음부터 잘 만들고 잘 설명하고 소비자가 문제가 없다고 여겨야 한다. 금융상품을 일반 공산품이 아니기에 약관에 모든 것이 들어가야 한다. 보험사가 늘 강조하는 약관대로 해야 하지만 오늘의 승소가 웃을 일인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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