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블록체인 억압 정책으로 인해 고급 개발 인재가 나오지 못해”

김덕태 고등지능원 대표 (사진=고등지능원 제공)
김덕태 고등지능원 대표 (사진=고등지능원 제공)

[금융경제신문=곽호성 기자] 핀테크 시대가 열리면서 블록체인도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고 국가적으로 블록체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블록체인 업계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인 고등지능원의 김덕태 대표를 만나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아울러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지, 블록체인 기업인으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간단한 자기 소개와 고등지능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등지능원의 대표 김덕태입니다. 30여년 전인 대학시절, 인공지능 강의를 듣고 매료됐었는데, 3D 업종 기피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이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인공지능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 혹한기를 만나면서 연구 주제를 바꿔 박사과정 시절에는 병렬 컴퓨팅 구조, 분산 알고리즘, 인텔 386 호환칩 개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 기술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약 10년간 오비츠, 씽크프리코리아, 엔키아의 연구소장‧개발부문장‧최고기술경영자(CTO)를 거치며 연구 개발을 지휘하고 난이도 높은 기술 문제들을 해결해 왔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과 중요한 업무가 불안정한 소프트웨어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프트웨어 결함은 이러한 재난을 점점 더 키울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세상의 소프트웨어가 밑바닥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연구한 컴퓨팅 이론과 현장에서 부딪힌 문제 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그동안 가졌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2009년 고등지능원(당시 디티웨어에서 현재 사명으로 개명함)을 창립했습니다.

고등지능원은 블록체인 플랫폼 CCAP(씨캡)과 인공지능 플랫폼 MITA(마이타)를 연구 개발하고 플랫폼 사업을 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2016년부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사무총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블록체인이란 무엇입니까? 

블록체인의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며 여전히 성장 중인 분야이자 학문화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하나의 정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점 혹은 용도에 따라 3가지 다른 정의를 제시합니다.

첫째, 구현 방식을 언급하지 않고 프로토콜 관점에서의 광의의 정의는 “서로 신뢰하지 않은 여러 파티들이 공유된 가정과 데이터에서 동작하도록 허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토콜”입니다.

둘째, 기술 관점에서의 광의의 정의는 “탈중앙화되고(Decentralized) 분산된(Distributed) 디지털 원장 기술”입니다. 이 정의는 ‘탈중앙’, ‘분산’, ‘디지털 원장’이 무엇인지 부수적인 정의가 필요하지만 프로토콜 관점 정의보다 덜 추상적이고, 현재 실현되고 있는 거의 모든 블록체인 기술이 이 정의에 어느 정도 부합합니다.

셋째, 협의의 정의는 ‘데이터를 블록으로 만들고 이들 블록들을 암호 기술을 사용하여 연결한 성장하는 블록 리스트’입니다. 이 정의는 본래의 명칭인 ‘거래 블록의 체인’이라는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블록체인이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만, 블록체인의 장점과 특성을 활용하고자 할때 반드시 이와 같은 구조로 만들 필요가 없고 실제로도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은 사실상의 블록체인들도 여러개 존재하므로 권장되지 않는 정의입니다. 블록체인은 이미 고유명사화 되었으니 본래의 어원 관점의 정의는 무시하고 더 실제에 부합하는 정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김덕태 대표가 직접 그린 블록체인 그림 (그래픽=고등지능원 제공)
김덕태 대표가 직접 그린 블록체인 그림 (그래픽=고등지능원 제공)

- 블록체인이 왜 중요한 것입니까?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방끼리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 이력을 담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서 암호화폐 없이도 그 장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장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만들어질 때부터 기존 화폐와 금융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존 코스피 거래량을 증가하는 막대한 가상자산 거래량, 급성장하는 탈중앙 금융(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Metaverse) 시장, 그리고 각국 정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와 실험은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화폐와 금융을 머지 않은 장래에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탈중앙금융(DeFi)은 기존 금융보다 효율적이라서 거래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기존 금융 기관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을 포용할 수 있으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을 제공할 수 있어서 금융의 궁극적 목적을 보다 더 잘 성취할 수 있어서 금융 혁신을 이끌어갈 미래 금융입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암호화폐는 기존 법정통화보다 거래 비용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편리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종국에는 지폐와 동전으로 표현되는 기존 법정 통화는 완전히 사라지고 CBDC와 암호화폐로 대체될 것입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집중형과 블록체인형이 있는데 어떤 형태가 되었든 미래에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과 잘 연동될 것입니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은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며 실물 자산, 무형 자산, 디지털 자산의 고유성과 소유권을 나타내는 토큰이며 증권과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NFT로 인해 미술품, 이미지, 동영상 등 수많은 디지털 자산들이 저작되고 고유성이 부여되고 손쉽게 거래되어 작가들의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세상입니다.

가령 메타버스 상에서 게임, 쇼핑, 교육, 회의 등등 현실 세계에서 하던 놀거리와 일거리를 메타버스상에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한이 없어서 수많은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그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수익을 현실세계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에서는 암호화폐, NFT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화폐, 실물자산, 무형자산, 디지털자산과 금융 업무가 다양한 형태로 융합돼 계속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 금융 산업이 생기고,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및 그 운영 방식이 제각각 달라서 전통 금융 관련법과 기타 법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새로 만들어도 획일적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블록체인이 종국에는 금융 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며 산업의 기본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록체인은 미래 금융과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금융혁신의 핵심 기술입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금융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블록체인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및 진흥 정책을 펼치고 우리나라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정의 (그래픽=고등지능원 제공)
인공지능의 정의 (그래픽=고등지능원 제공)

-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는 어떤 관계인지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둘 다 사람의 업무를 어느 수준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비용과 거래 시간을 단축하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업무(거래도 업무의 일종)를 보장하는 기술입니다. 인공지능은 ‘학습과 추론에 의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치가 높은 인공지능 추론 및 머신러닝 기술은 언제 처리가 끝날 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스마트 계약을 구현하거나 블록체인에 내장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단,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추론 단계는 처리 시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내지만 머신러닝 기술의 한계로 인해 결과가 맞다는 보장을 할 수 없어서 블록체인에 적용하기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은 기술적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며, 기술적인 연결보다는 비즈니스로서 연결돼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인공지능의 학습단계에서는 빅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이 동작하면 수많은 거래와 업무 이력이 블록체인 내에 저장돼 그 자체로서 빅데이터 역할을 하게 되고, 인공지능에서 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사람간의 거래 혹은 단순한 업무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동화해주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이 하는 복잡한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 우리 한국은 블록체인 경쟁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습니까?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에서 세계 2위의 투자국가입니다. 또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인력들이 만든 적지 않은 코인들이 전세계 코인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코인이 몇개 있으나, 세계 2위의 가상자산 투자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그 성과는 미미합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의 핵심 엔진까지 손 댈 수 있는 전문 개발 인력은 찾아보기가 극히 어렵고 인력 비용도 매우 높습니다.

정부의 ICO 금지 등 블록체인 억압 정책으로 인해 뛰어난 고급 개발 인재가 성장하지 못했고, 세계적인 코인을 개발할 뛰어난 고급 개발자가 성장할 기회를 잃은 것입니다.

- 코인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비트코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코인은 단순히 디지털화된 통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스마트 계약으로 탈중앙 금융, 대체불가능토큰 등과 정교하게 결합된 디지털 화폐이자 디지털 금융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코인 즉 디지털 화폐와 금융은 많은 소스 코드와 기술들이 오픈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그 발전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코인이 갖는 단점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따라 점점 해소되고 있고, 이들 블록체인 기술들이 서로 결합되어 점점 더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많은 중요한 기술이 오픈 소스로서 공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사라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라진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코인 혹은 기업의 존재 가치는 그 영속성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하는 동안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해내느냐가 그 존재가치입니다. 비트코인은 존재 가치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교환 가치를 인정받아 시가총액 약 1000조원의 세계 최대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의 시장 1위의 지위가 위협받거나 깨어질 때 비트코인 자체의 수많은 단점과 함께 빠르게 몰락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블록체인의 이와 같은 빠른 발전 속도로 볼 때 비트코인의 세계 암호화폐 시장 1위 지위가 향후 10년을 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가상 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세제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 재정 확충과 산업 발전에 있다고 봅니다. 가상 자산에 대한 과세는 시기 상조라고 봅니다.

가상 자산 산업이 여전히 성장중이고 그 복잡함으로 인해 나라마다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세금을 걷는 것보다는 디지털 화폐 금융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블록체인 산업에 세제를 적용하기에는 그 발전 단계와 복잡성으로 볼 때 시기 상조이며,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시장을 억압하고 방해만 했을 뿐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거나 지원한 바가 거의 없는데, 세금을 걷겠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마이너스썸 게임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분야는 낙후돼있고 규제도 심하다고 하셨습니다. 관치금융이 심각하다고 보시는지요? 관치금융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요?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민간 금융기관에 참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접 개입하며, 법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해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기관이나 그 장이 갖는 권한이 커서 법제도에 명시되지 않은 자의적 결정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수익성을 분석하고 위험을 예측해 대비해야 하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예측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려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사업계획을 수립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한국 경제 발전과 관련해 대선주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미래를 대비해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제 우리나라도 GDP 기준 세계 9위의 경제대국입니다. 경제 규모로는 선진국들과 격차가 높지 않지만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원천 기술력에서는 격차가 많이 나고 있어서 중국 등 신흥 발전대국에게 쉽게 따라잡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상당부분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주변에 무수히 많은 협력사들이 존재합니다. 이들 기업이 영원히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질만큼 영속적인 것은 아니며 자칫하면 한 순간에 몰락할 수 있습니다.

이들 두 기업이 무너진다면 경제적 파장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월급이 삭감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산업을 키울 생각보다는 큰 장점을 무시하고 그에 비해 작은 단점에만 치중해 억압하고 적시에 산업을 성장시키지 않는다면 후에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산업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뿐만아니라 성장의 한계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 주자 여러분, 우리나라의 수많은 인재들이 전문성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경쟁력을 민간기업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됩니다.

- 끝으로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상대의 자유를 억압하면 결국 자기 자유도 억압됩니다. 한쪽에서는 성장을 고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누기에만 신경씁니다. 한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 일자리 보존을 위한 투쟁에만 신경씁니다.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 추세의 끝은 결국 모두 같이 망하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내것을 더 가져가려고 하기보다는 GDP의 일정 비율을 연금이나 기타 사회 보장 제도로 사용하자고 합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라와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킬지 고민합시다.

정치인의 뒤와 과거를 캐는데 시간을 쓰는 대신에 누가 더 경제를 잘 성장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는데 더 시간을 씁시다. 나라가 창의적이고 발전적이려면 자기와 다르다고 무시하고 억압하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를 존중해 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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