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여전히 해외 주식 이벤트 이어져

다우, 나스닥 등 미국 증시가 3% 이상 폭락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미국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다우, 나스닥 등 미국 증시가 3% 이상 폭락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미국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최근 국내외 증시 부진이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증시 하락으로 올 1분기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주식투자가 2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해외 주식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해외주식 첫 거래 이벤트, 소수점 거래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린 증권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2022년 1/4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글로벌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올 1분기 해외증권투자가 8107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240억달러 감소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감소한 것은 2020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키움증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는 576억원에서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7%(245억원)나 줄었다.

증권사들의 해외증권 수탁수수료 수익도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도 542억원에서 315억원으로 41.9% 감소했으며, KB증권(-36.4%), 한국투자증권(-30.8%), 미래에셋증권(-24.15%), NH투자증권(-25.8%) 등의 대형사들이 대부분 감소했다.

◆증권업계 해외주식 투자 위한 다양한 마케팅 여전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감소에도 해외주식 투자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2월 처음으로 선보인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는 출시 후 두 달여 만에 거래대금 1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오후 10시30분~오전 5시에만 거래할 수 있었으나, 이 서비스는 미국 주식을 오전 10시~오후 4시30분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55영업일 만에 누적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겼다.

메리츠증권은 올해까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주식·해외파생상품 거래 수수료를 인하해준다. 미국 주식 0.045%, 중국·홍콩·일본 주식 0.07%의 우대 수수료율로 온라인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달러(USD) 90%, 일본엔(JPY)∙중국위안(CNY)∙유로(EUR)·싱가폴달러(SGD)80%의 할인된 환전 수수료율을 연말까지 자동 적용한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종목에 대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각각 10개씩 보여주는 '나스탁토탈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주식 정규장 거래 고객에게 매수·매도 각 한 개씩의 제한된 호가와 잔량만을 제공하던 것을 20호가로 확대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내주식거래와 똑같은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말부터 미국 주식 주간거래시 10호가를 제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연내를 목표로 미국 주식 멀티 호가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1위인 미래에셋은 해외 주식 종목별 증거금 제도도 도입했다. 해외주식을 거래하려면 일괄적으로 100% 증거금이 필요했으나 종목별로 일부 증거금만 내고 거래할 수 있는 종목별 증거금제를 선택하면 차입 거래를 할 수 있다.

게다가 해외주식 DLC 상품의 거래를 도입했다. DLC는 기초자산의 일일 변동폭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다양한 레버리지의 양방향 상품이 모두 상장된 DLC를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유안타증권도 미국주식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종목 등 유안타증권이 지정한 500여개 종목을 담보로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담보유지비율은 150%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증시에 상장한 우량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1주 미만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1주당 6억원이 넘는 '버크셔해서웨이 class A' 종목 소수점 거래가 가능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소수점 거래 종목을 309개에서 467개로 대폭 늘리고 해외주식 CFD(C차액결제거래) 서비스와 해외주식 권리정보 조회 서비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투자자 확보에 나선 것은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최근 미국 연준은 수요를 축소시켜서라도 물가 상승 속도를 누그러뜨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시장의 화두는 수요가 얼마나 빨리 둔화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의견과 생각보다 쉽게 꺾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분분하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내 초과 수요의 핵심인 개인소비는 점차 둔화하겠지만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며, ‘부르는 게 값’이던 임금 상승세가 느려지고 주가와 집 값 상승에서 발생한 자산효과도 모두 소진되면서 이제 소비심리는 예전만큼 강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은 가계가 여유자금을 소비하는 데 소극적이게 만들지만 가계가 가지고 있는 소비 여력은 아직 한참 여유 있고, 특히 현금성 자산의 보유도 충분한 만큼, 쓸 돈이 없어서 소비하지 못하는 일은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내년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도 많이 빠지면서 해외주식에 대한 뜨거웠던 분위기가 지난해 보다 식었다"면서도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 전략상 국내 주식에만 의존해오던 브로커리지 수익의 지평이 해외주식으로까지 넓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줄더라도 다른 수익원 차원에서 해외주식 사업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학개미는 줄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해외 마케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애플이나 테슬라, 월트디즈니 등 미국 기업이나 시장을 잘 알고 투자를 하면서 글로벌화 됐다"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다양해진 만큼, 증권사들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같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