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시지역계획학박사​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시지역계획학박사​

얼마 전 윤석열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및 거래정상화’를 이유로 규제지역의 대거 해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일명 ‘11.10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급등으로 고심했던 정부입장에서 보면 골칫거리가 저절로 해소된 셈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집값상승으로 고전했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동산시장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위축에 따른 집값급락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젯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집값하락에 따른 직․간접적 부작용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시장침체에 따른 매수심리위축,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증가 등은 차치하고,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집값급락에 따른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우려하는 분위기로 뒤바뀐 것이다.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책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지만 고금리추이 탓에 가격급락 및 거래절벽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규제지역 대폭 해제, 종합부동산세 완화, 대출한도 상향 등과 같은 다양한 시장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번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돌이켜보건대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1967년 이후 최근까지 부동산정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수립돼왔다.

첫째, 우리가 냉탕정책이라고 말하는 ‘부동산 투기억제 및 가격안정대책’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과열 및 투기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주로 부동산시장 과열기(활황기)때 등장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나 직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둘째, 온탕정책이라고 말하는 ‘부동산 거래 및 경기활성화대책’이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고 이를 통해 경기회복까지 도모하려는 규제완화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주로 부동산시장 침체기(불황기)때 등장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그랬고,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그렇다.

셋째, 전세난을 해결하고 서민들의 주거생활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서민주거안정대책’이다. 이는 전세자금의 지원, 임대주택의 공급확대, 신도시개발을 통한 주택공급확대 등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나타난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민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줄곧 활용해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부동산정책은 이른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는 모양새를 보여 왔고, 장기적 관점에서도 예측가능한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평균 1년에 한 번씩 규제정책이 나왔고, 2년에 한 번씩 규제완화정책이 나왔을 정도다. 부동산정책이 경기상황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 셈이다. 심지어 같은 정부 내에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감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물론 부동산정책은 경기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냉탕정책(규제정책)을 써야할 필요가 생기는 반면, 경기가 지나치게 침체돼 있다면 온탕정책(규제완화정책 내지 시장활성화정책)을 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상황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부동산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특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직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0~40년을 돌이켜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정책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고, 이에 따라 부동산가격도 요동쳐왔다. 다만 시차가 있었을 뿐이다.

정부정책의 변화에 따른 냉탕과 온탕효과가 부동산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한 맞춤식 부동산 투자전략이 요구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다주택자의 경우다. 직전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고강도 규제정책이었다. 이때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전략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세금규제가 강화될수록 다주택자의 조세부담이 커져가는 구조인 만큼 매각을 통해 주택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한시적이나마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한만큼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일반적인 증여보다는 대출을 끼워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 선호된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9.13 부동산 대책 이전에 매입한 주택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되면 거주주택에 대해 양도세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준시가 6억 원 이하의 주택일 경우 보유중일 때는 물론 처분 시에도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새로운 주택을 취득한 경우라면 설령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가 합산과세되고,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개정안(각종 혜택 확대방안)이 조만간 나올 거라는 말이 무성한 만큼 지켜보고 대응하면 좋을 듯하다.

둘째, 가수요자의 경우다. 가수요는 실수요가 아닌 투자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크게 대출을 활용해 매입하는 레버리지투자와 전세보증금을 껴안고 매입하는 갭투자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레버리지투자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대출규제안이 아직 살아있고, 무엇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 만큼 사실상 취득단계에서부터 차단된 모양새다. 물론 갭투자의 경우도 상황이 녹녹치 않다. 최근 매매가 및 전세가 하락에다 설상가상으로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따라서 실거주목적의 무주택자라면 관심지역을 고른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될 신규 분양아파트에 초점을 맞춰 청약통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다만 청약 1순위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라면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절세용 매물이나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내놓은 급매물 내지 급급매물을 노리는 전략도 좋을 것이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