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제공)
김대규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제공)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일 년이 다 돼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다시 언급하기조차 끔찍한 산업재해와 시민재해가 있었다. 기업주와 고위 공무원들의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무겁게 묻는 이 법률에 거는 기대가 컸다. 

올 한 해 발생한 산업재해를 살펴 보면 이 법에 관한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인 사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전조치의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불명확하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와 경영이 위축됐다고도 한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올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31건이고, 검찰은 이 중 7건을 처리했는데 6건이 기소, 1건이 불기소 종결이었다.

일례로, 창원지검이 6월에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독성 화학물질에 16명의 근로자가 급성중독을 일으킨 산업재해에 대해서 사업주의 책임을 물어 기소한 첫 사건이다. 선례가 쌓이면서 안전조치의무의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있었냐는 것이다. 중대재해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 예로 지난 9월에 발생한 현대아울렛 대전점 화재사고로 7명의 작업자가 연기에 질식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월에는 SPC 제빵공장에서 여성노동자가 샌드위치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오히려 사망자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단기간에 입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법 시행 첫 해의 통계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정부의 지도·감독과 사업주의 산업안전에 대한 인력과 비용 투입이 절실해 보인다. 

시민재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특히 올해 시민재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으나, 이태원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재해’이다.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과 관련된 시민재해로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공중교통수단과 관련된 시민재해로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중이용시설’에는 지하역사, 지하도상가, 철도·버스·항만·공항 등 대합실, 대규모점포, 공연장, 교량, 터널이 포함된다. 

10월 29일 서울 이태원동의 좁은 도로에서 158명이 압사로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상식적으로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중대한 시민재해라고 할 것이다. 도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중대시민재해가 아닌 것이다. 이 사고에 대해 책임자를 가리는 일도 난항을 겪고 있다. 도로를 공중이용시설에 미리 포함시켰다고 한들, 이 같은 참담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전사고와 관련해 법률에 책임 소재와 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입법 미비를 인정하고, 하루 빨리 개정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이렇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일 년을 돌아보니 착잡함이 말할 수 없게 밀려온다. 기업과 정부 및 국회가 분발해 내년을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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