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빅데이터 전문가
정세윤 빅데이터 전문가

지난 해 전국 부동산 시장은 ‘상고하저’로 하반기에 무서울 만큼 수요가 급감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기대감과 함께 서서히 침체되던 부동산 시장 역시 다시금 상승할 것이라 보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5월까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장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사실 데이터는 2021년 하반기 주요 정책들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을 2021년 하반기부터 나타내고 있었다. 지칠지 모르는 2020~2021년 전국 부동산 상승세에 무엇이 갑작스러운 전국 부동산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했는지를 우선 살펴본 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시그널을 토대로 2023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보려 한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침체하기 시작하게 된 배경으론 첫 번째 ‘시중의 통화량 증가 대비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을 수 있다. 2021년 12월 통화량(m2 기준)은 3611조원으로 2020년 3194조원 대비 12% 증가했는데 평균 7~9%가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시중에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통화량 증가는 COVID-19로 침체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이었으나 대부분 투자 자산에 흘러가며 부동산 역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 이래 2020년 6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역대 최고치인 약 11만건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통화량 증가와 맞물려 ‘임대차3법’의 등장으로 2020년 11월 전국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4.14%의 상승률을 나타냈는데 이 역시 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세가격의 급등은 매매가격을 밀어 올려 급격한 상승세를 불러일으켰다.

두 가지의 요인이 공교롭게 맞물리며 ‘부동산을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져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 부동산의 본질 가치 대비 과도한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택의 추가적인 잠재수요는 이미 상승한 가격에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하는 상황이었음에도 2021년 7월 DSR의 첫 시행과 2021년 9월 제2금융권 대출 규제 등 연쇄적으로 ‘대출 규제’를 실행했고,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됐음에도 이 2가지 변수가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 인식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금리 인상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이 높았으므로 단순히 ‘금리 인상’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경우가 없었으며 세계적인 자금 경색에 의한 영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부동산의 대원칙인 수요와 공급을 놓고 볼 때 매매 수요가 급등한 후 추가로 시장에 진입하는 잠재 매매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매수세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2021년 7월 DSR의 첫 시행과 2021년 9월 제2금융권 대출 규제 등 연쇄적으로 대출을 전면 금지하며 전국 부동산의 매매 매물량이 대출 규제를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 상반기 대출이 다시 완화되며 강원 강릉, 전북 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매매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지만 2022년 7월 비규제지역에도 DSR이 적용되며 전국의 모든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침체하기 시작했다.

‘대출 규제’ 역시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는 아니었으나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2030세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통계 집계이래로 2020~2021년 최대치를 기록했을 만큼 다소 자금 여력이 부족한 매매 수요까지도 부동산 매입을 했기에 더 높아진 가격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함에도 ‘추가적인 매매 잠재 수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규제로 활로를 막아 부동산 시장 흐름에 악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출 완화 대책이 2023년부터 실행되는데 과연, 대출을 완화함으로써 2023년 부동산 시장은 반등할 수 있을까? 2023년 부동산 시장은 현재 시기와 유사했던 2008~2009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6월 11일 LTV 70%,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 50% 감면을 시작으로 1~2달 간격으로 ▲수도권 전매 제한 기간 완화 ▲재건축 절차 규제 개선 ▲종부세 부담 완화 ▲보금자리주택발표 ▲규제지역 해제 등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는데 현재 부동산 대책과 순서가 유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반등했던 시점은 2009년 1~4월 사이였는데 2008년 8월 기준금리가 5.25%에서 2009년 2월 2%까지 급격히 인하했기에 이 때에도 금리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 반등이 맞물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해당 시기에도 가격의 급등에 의한 매매 추가 수요층 감소와 지속된 부동산 규제, 금리 인상의 스트레스 등의 요소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발생시켰으며 반대로 금리가 가장 낮아졌고, 부동산 규제가 최대한 완화돼 제약이 크지 않았기에 다시금 추가적인 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며 가격 반등이 이뤄졌다. (이후 2009년 9월 수도권 DTI 및 제2금융권 DTI, LTV 규제를 강화했는데 수도권 역시 2009년 9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유지하다 2010년 3월을 기점으로 2013년 9월까지 약 3~4년 간 장기 침체를 겪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본다면 규제지역의 해제가 서울 일부 지역까지 확실시되고 있으며 세제 개편과 공급과 관련된 규제 완화 등 과거와 흡사한 환경을 보이고 있기에 2023년 부동산 시장의 반등에 대한 키워드는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당분간 우리나라 역시 기준 금리를 인하하긴 어렵겠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어 ‘자이언트 스텝’에서 ‘빅 스텝’의 기조로 변화한 만큼 2023년 상반기에서 금리 인상이 멈춘다면 하반기에는 빠르게 인상시켰던 금리로 인한 부작용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방향성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회복추이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일자리가 좋아질 지역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과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때에도 지방 부동산 중 조선업과 관련된 지역들은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일자리가 좋아질 지역은 인력 부족에 의한 임금 개편으로 인구가 모일 가능성이 크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낮다면 꾸준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투자 수요도 모일 것이다. “과거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격언처럼 부동산 시장 역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시대는 변화했고 부동산을 접할 수 있는 매개체도 과거와 달리 더 많아졌지만 결국 시장의 흐름은 반복되는 것처럼 누군가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2023년 부동산 시장에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2023년의 부동산 시장에서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세윤 빅데이터 전문가는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2-2023 대전망'의 저자이다. 네이버에서 줍줍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빅데이터에 근거한 부동산 투자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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