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IT컨설팅 전문 AJ&컴퍼니 대표이사 (사진=AJ&컴퍼니 제공)
안재용 IT컨설팅 전문 AJ&컴퍼니 대표이사 (사진=AJ&컴퍼니 제공)

디지털 인증서라 불리는 NFT는 2021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에 달했다. 2020년 10억 달러에 비해 40배나 증가한 수치였다. 하지만 그 이듬해인 2022년 거래량이 85% 이상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일반적으로 같은 가치의 코인(토큰)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 지갑으로 100 토큰을 입금하고 다시 100 토큰을 출금하면 자산의 변동이 없다. 하지만 NFT는 1개의 토큰이 다른 1개의 토큰과 교환 불가능해 하나하나의 토큰이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토큰마다 이미지 등의 메타데이터를 담아 하나의 저작권 인증서처럼 쓰이게 하는 것이 NFT이다.

NFT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는 디지털 아트 저작권 거래 시장이다. 예술작품은 저작권개념이 있고 디지털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크게 성장했던 이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중앙화에 의존하는 NFT 가치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가져보자. 블록체인의 전제조건 중 하나는 탈중앙화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할 때, 회사 소유의 서버 여러 대에 데이터가 저장된다. 이것은 중앙화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전세계 수많은 서버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며 누구든 컴퓨터만 있으면 서버(노드)가 될 수 있다.

중앙화 방식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차단하기가 쉽고 해킹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탈중앙화는 전 세계의 모든 서버를 차단하기가 어렵고 해킹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탈중앙화는 서버 몇 대가 내려가도 다른 서버들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 유지에 문제가 없다. 데이터에 영속성(永續性)이 부여되는 것이다.

‘NFT는 블록체인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가 크지 않다’ 때문에 보통 고용량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웹서버 등 중앙화 서버에 파일을 올리고 그 파일의 URL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이처럼 원본이 중앙화 서버에 기록되는 방식은 중앙화 서버의 소유주가 서비스를 접거나 도메인을 변경할 경우 해당 URL이 접근 불가능해 해당 NFT가 쓸모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NFT에 기록한 URL이 다른 파일로 교체가 되면 애초에 저작권을 인증하려고 했던 원본이 뭔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데이터의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해 탈중앙화 파일서버인 IPFS를 쓰려는 노력이 있다.

IPFS는 서버가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고 분산된 서버들이 공동으로 데이터를 저장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이념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대신 해외에 있는 데이터를 가져올 경우 속도가 느리고, 데이터를 무한대로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오랫동안 접근되지 않은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삭제된다. 그래서 Pinata같이 IPFS에 파일을 고정해주는 유료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NFT 본연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이것은 구매자가 단기적으로 보기에 중앙화 서버와 탈중앙화 서버를 이용한 NFT 간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블록체인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편의나 로딩속도 등을 위해 중앙화 서버를 이용한 NFT를 권고하면서도 인증하려는 대상의 원본이 언제 사라지거나 바뀔지 모르는 중앙화 방식이 과연 저작권 인증으로서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수시로 제기되었다. 물론 작은 이미지의 경우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직접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 우리 문화재를 지키자는 국보 DAO NFT가 수십 킬로바이트의 이미지를 블록체인에 올린 것이 그 사례다. 하지만 보통 몇 메가바이트 이상의 예술작품들을 온체인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해 이러한 방식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지금도 수많은 NFT들이 데이터를 중앙화 서버에 업로드하고 블록체인에 URL만 기록하고 있다. 저작권이란 짧게는 십 수 년에서 수십 년은 유지되어야 하는 개념일 텐데 그동안 사업자가 중앙화 서버와 도메인 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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