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바이낸스 이어 코인베이스도 연방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
"코인 발행은 '투자계약'에 해당, 증권법 적용 타당"

미국증권거래위원회 본사 건물. (사진=SEC)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에 이어 코인베이스(Coinbase, Inc.)를 연방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가상자산(코인)의 증권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EC는 소장에서 코인을 암묵적 증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개하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미등록 거래소'라 칭했다.

지난 6일 SEC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인베이스가 미등록 거래소로서 교환, 중개 및 청산 등 전통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코인베이스 역시 '증권'을 거래하는 사업을 하면서 고객의 증권 거래에 대한 중개 및 보관 역할을 했다고 봤다.

특히 SEC는 코인베이스가 스테이킹 서비스(Stake-as-a-Service)를 통해 미등록 증권 공모에 참여해 왔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의 스테이킹 서비스는 고객의 가상자산을 스테이킹 하고, 블록체인 트랜잭션 검증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보상의 일부를 스테이킹에 참여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의장은 "코인베이스가 증권법에서 요구하는 서비스로서의 스테이킹 프로그램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코인베이스가 증권법의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중개인-딜러 및 청산소 기능을 혼합하고 불법적으로 제공했다"면서 코인베이스에 대한 증권법 적용을 당연하게 언급했다.

그렇다면 SEC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단정하는 근거는 뭘까?

◆ SEC, "코인 발행은 '투자계약'에 해당, 증권법 적용 타당"

사실 SEC가 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텔레그램이 만든 '그램'(Grams)을 비롯해 2020년 KI(Kik Interactive Inc)가 발행한 'Kin', 그리고 2020년 리플랩스의 '리플'(XRP)에 대해 각각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해당 기업을 제소했다. 그리고 2020년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그램'과 'Kin'에 대한 SEC의 입장을 인정했다. 현재 '리플'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당시 법원은 두 사례에 대해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에 따른 투자계약이자 증권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하우이 테스트란 증권법상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연방대법원의 분석기준, 즉 '하우이 기준'을 다른 사례에 적용해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하우이 기준에 따르면 투자계약이란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 하에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은 이 같은 투자계약에 대한 정의는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계획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원칙'이라고 폭넓게 해석했다.

SEC는 이러한 증권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원칙을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 '코인을 발행하고 자금을 모으는 행위' 역시 '투자계약'이고 연방 증권법이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SEC의 관점을 자세히 기록한 자료가 2017년 SEC가 발행한 다오 리포트(DAO Report)다.

이 보고서에서 SEC는 분산형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nmous Organization, DAO)에 의해 발행된 토큰(DAO 토큰)이 발행 및 유출된 사건을 다루면서 이 토큰을 증권법(1933년)에 따른 '증권'이라고 규정했다.

SEC에 따르면 가상자산(가상통화)의 공모나 판매 역시 '투자계약'이 성립된다면 증권 판매이며 증권법에 따라 등록되어야 한다. 또 이를 거래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증권거래법(1934년)에 따라 등록되어야 한다.

◆ 가상자산 증권성 둘러싼 논란 여전

이 같은 SEC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SEC 내에서도 비트코인과 같은 예외사항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윌리엄 힌만(William Hinman) SEC 기업재무부 이사는 "네트워크가 충분히 분산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노력이 더 이상 사업성공의 핵심요소로 기대되지 않는다면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SEC 역시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이 더이상 기대되지 않는' 요건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투자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요건들, 증권법이 적용되지 않는 조건이다. 이는 다음과 같다.(「가상자산 법제의 이해(2022). 118~121p 참고」)

1. 가상자산과 관련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토큰 판매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2. 판매시점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완전히 개발되어 작동한다.
3. 판매시점에 의도한 기능(게임 등 서비스 구매)에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4. 토큰을 어플리케이션 외부로 전송할 수 없다.
5. 토큰이 항상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상환이 가능하다.
6. 토큰이 플랫폼상에서 소모적 사용을 위한 것이다.

사실 위 요건에 부합하는 가상자산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위 요건들은 일반적인 가상자산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일단 제품의 개발을 끝마치고 코인(토큰)을 발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코인(토큰)은 플랫폼 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과정에서 발행되고 유통되기 일쑤다. 또 어플 외부로 전송할 수 없고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토큰이 아니라 포인트에 가까운 것이 되고 만다.

◆ SEC의 광폭 행보... 국내 미칠 영향은?

현재까지 SEC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증권'의 요건을 벗어날 수 있는 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SEC의 코인에 대한 증권성 판단 기준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은 법제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증권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하는 포괄주의 체제를 취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의 속성을 세세하게 나열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법상 증권개념은 전통적 의미의 증권보다 오히려 금융투자상품에 가깝다. 증권법상 증권의 개념을 유연하게 바라본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의 개념을 법률로 정의하고 세부항목을 정하는 식이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국내에서도 증권형 토큰(ST)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 상정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김재진 변호사(DAXA 상임부회장)는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관한 법리 해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