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계 애물단지 스피커, '인싸'로 거듭나
미술, 음악 분야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 스피커에 진정성 담아

[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실내공간에서 액자나 조명은 빼놓을 수 없는 인테리어 제품이다. 반면 스피커는 인테리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 쉽다. 특히 음향이 꼭 필요한 공간에서 스피커는 마이너스 요소다. 검거나 흰, 네모진 스피커. 벽에 툭 튀어 나와 무언가 어정쩡하게 걸려있는 스피커는 인테리어 측면에서 늘 골치 아픈 존재다. 나팔(NAPAL)은 인테리어 세계에서 애물단지인 스피커를 화려한 '인싸'로 변신시켰다. 이윤배 나팔 대표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회사의 '인테리어 스피커 시스템(Interior Speaker System, ISS)'은 공간의 컨셉은 해치지 않고, 소리만 추가한다. 우선 주방, 침실, 거실 어디서든 은은한 조명과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스탠드형, 천장형 등 공간 제약없이 어디든 설치 가능해 조명과 음악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 설치해 은은한 무드등과 감미로운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나팔의 '인테리어 스피커 시스템'은 공간의 컨셉은 해치지 않고, 소리만 추가한다. (사진=나팔 제공)
나팔의 '인테리어 스피커 시스템'은 공간의 컨셉은 해치지 않고, 소리만 추가한다. (사진=나팔 제공)

나팔(NAPAL)의 인테리어 스피커 시스템은 기존 인테리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스피커를 위한 별도의 공간도 필요치 않다.

음향을 전공한 이 대표는 "스피커는 골전도 이어폰처럼, 진동 원리를 매개체로 한다”며 “그림판 자체가 떨리면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 즉 가청주파수는 1초에 최저 20번 진동하는 것에서부터 2만번 진동으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좋은 소리로 들리게 하기 위해 R&D(연구·개발)를 오래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진&영상기자재전, 호텔페어, 카페&베이커리페어, 리빙페어 등 다양한 전시장에서 스피커 기능을 벽면 소재나 조명에 가미해 소개했다. 액자 제품 자체 이미지를 고객이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하기도 했다.

또 이미지 제공을 위해 가나아트와 협업해 가나아트 작가분들 작품으로 스피커를 만들었다. 이를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옥션에서 경매하는 행사들을 해왔다.

미술분야 뿐 아니라 캐릭터 및 엔터테인먼트 협업 등을 통해 앨범 굿즈(Goods) 제작, 오프라인 지정 매장 마케팅, 핫트랙(Hottracks) 납품 판매, 백화점 팝업스토어(POPUP Store) 운영, 해외 진출 판로 개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이브 등 아이돌 그룹, 가수들과 콜라보해 콘서트에서 전시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K-POP 콘텐츠와도 협업했다. 윤도현 밴드, 어반자카파, 김건모 콘서트 외에 세븐틴, 뉴이스트와 협업을 진행했다. 또한 밥미키와 북앤굿즈와도 라이센스 계약을 완료했다.

다방면에 걸친 콜라보, 포스코 ESG 캠페인 제안... 장애인 작가들과 협업

창업 전 기획단계에서 장애인 작가나 경제적 부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신진 작가와 콜라보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구상해 왔고, 창업 후에도 꾸준히 준비했다.

나팔이 추구하는 키워드는 ‘지속 가능한 상생’이다. 이 기획을 하는 중에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마침 포스코와 연결돼 2020년부터 일을 많이 하게 됐다. 초기엔 캠페인과는 상관없이 협업해 스피커 제품을 만들었다. 협업중에 ESG팀에 캠페인을 제안했고, 이 제안이 채택돼 캠페인이 시작됐다.

회사명 '나팔'에는 스피커의 정체성을 가져가고자 하는 이윤배 대표의 뜻이 담겼다.
회사명 '나팔'에는 스피커의 정체성을 가져가고자 하는 이윤배 대표의 뜻이 담겼다.

이 대표는 ‘페인터스 드림(PAINTER’S DREAM)’으로 시작한 캠페인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행사 명칭을 장애인 작가가 아닌 ‘페인터스 드림’으로 한 이유는 “그림 그릴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모든 분들이 대상”이라며 “첫 전시를 장애인 작가와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2021년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스틸리온·나팔 후원으로 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이 전시에 대해 “장애인 작가분들을 협업 파트너로 생각한 이유는 이분들이 작가분들 중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부류 중의 하나임을 알게 됐다”며 “장애인들의 장애가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예술인들에게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안정된 소득을 얻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오는 가을 포스코와 전시를 준비하는 그의 각오는 새롭다.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여러 부모님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어려움 중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자립이 안 돼는 것이었다. 한 부모는 “어떤 기관이나 기업에서 후원받는 것이 아닌 20만원 정도라도 월급 받으면서 일할 곳이 자녀에게 있음 좋겠다”는 말을 했고, 이 대표는 이 얘기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장애인 모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회사 여건이 받쳐 주긴 쉽지 않으나, 재능이 있는 작가들부터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했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 “장애인 작가 작품 중 좋은 작품인데도 빛을 못보거나 이미 수상한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을 대상으로 스피커 작업을 하게 됐다”며 “이미 기존 활동작가나 가나아트센터 소속 작가들과도 협업하고 있는데 장애인 작가들과 비교해도 수상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수상한 작품이지만, 묻혀진 작품을 가져와서 제품화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제품을 유통 사이트에 소개하고, 수익율 배분을 장애인 작가에게도 똑같이 나눠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갈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기획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그들이 월급처럼 수익을 얻도록 하는 그의 작은 바람은 기초생활비 일부를 작품활동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독특한 회사명에 대해 이 대표는 “해외를 타겟으로 외국인들이 봤을 때 처음 보는 단어지만 발음하거나 브랜드로 접근하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이 처음 보는 회사 이름이지만 친숙 하길 원했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단어지만 생소하길 원했고, 그러면서 스피커의 정체성을 가져가고자 하는 스타트업이자, 글로벌 기업을 꿈꾸니까 정진해 나아가고 있음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포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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