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였던 불만들을 안고 있던 이동통신3사의 폭탄이 드디어 터졌다. 이통3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LTE(4세대 이동통신) 보다 20배 빠르다고 허위·과장 광고했던 사실이 드러나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됐다.

지난달 24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SKT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 등을 부과했다.

2019년 4월 국내 최초 5G가 모바일기기가 나온 이래 4년만이다. 5G 속도에 관해서는 사실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다. 최초로 나온 5G 단말기 구매 계약서에는 기존 LTE 단말기 계약서에서 추가 항목이 있었다.

골자는 5G망이 전국에 모두 구축된 것이 아니니 지역에 따라 LTE로 전환될 수 있어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5G의 시작은 처음부터 삐꺽거렸다. 실제로 지역 단위가 아니라 도로 하나를 두고도 5G에서 LTE로 변경되는 일이 허다했고 LTE로 전환될 때 통신이 끊기는 것을 불편해했던 이용자들은 처음부터 LTE로 단말기를 설정하고 사용했다. 요금은 5G 전용 요금제를 가입했지만 실제론 LTE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통3사는 5G 상용화 당시 2GB 영화를 1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했다. LTE와 비교해 20배 빠른 속도임을 강조했으나 공정위 조사 결과 평균 속도는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였다. 같은 기간 LTE 속도와 비교하면 3.8∼6.8배 수준이었다.

고객들의 고충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통사의 고객센터나 공정위로 향한 게 아니었다. 이동통신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대리점과 판매점 직원들은 5G 출시 후 고객들의 불만과 그에 따른 클레임에 이제까지 영업을 했던 중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런 것이 통신사에서는 실적의 압박을 받으며 솔직하지 못한 물건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조사가 2020년 10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신고로 시작됐다고 한다. 2년 반 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수조원에 이르고 이번에 추징된 과징금 납부도 직접 손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 판단과 증거자료가 담긴 의결서를 소송 중인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을 실어주었으나 5G를 사용 중인 개개인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오히려 제도 개선이나 지역별, 이통사별 단체 소송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화할수록 정보와 데이터의 양은 증가한다. 3G(3세대 이동통신) 때 국민 평균 사용데이터는 4세대 때보다 적었고 5세대 때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애초에 ‘영화 한편에 1초’라는 광고는 앞으로의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4세대 이동통신에 머물렀던 사고방식에 불과했다.

이후 6세대, 7세대 통신이 개발될 때는 돈에 눈이 먼 기업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통사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생활에 편리함을 줄 수 있는지를 전하는 그런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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