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국회 본회의 통과
가상자산 입법 방향 놓고 진통... 이용자 보호 중심으로 단계적 규제에 합의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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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그동안 반쪽짜리 규제에 머물렀던 가상자산에 관한 별도의 제정법이 마련됐다. 가상자산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해 제도권에 진입한지 2년여 만이다.

지난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상자산에 관한 법률 제정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자산은 2021년 3월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을 통해 제도권에 진입했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의 용어가 '가상자산'으로 법률상 정의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하지만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의무를 중심으로 한 규제 도입이었다.

특금법만으로는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테라 루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가상자산을 규율할 근거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자산 관련 별도의 제정법 내지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회에 계류중이던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만 19건에 달할 정도다.

가상자산법 제정안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도 겪었다. 당초 가상자산법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염두해 둔 법안이었다. 가상자산법 제정으로 정의된 가상자산을 자본시장법상 '투자대상자산'으로 포함시키는 게 원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 시세 변동성이 크고 재산적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 편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 입법 방향 놓고 진통... 이용자 보호 중심으로 단계적 규제

이번 가상자산 제정안 관련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별도의 입법을 하는 경우 시장 질서 및 이용자 보호에 시급히 초점을 맞출 것인지, 산업 전반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함께 고려할 것인지 등 입법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이용자 보호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규제를 마련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금융위는 "지난 4월 25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해 장시간 소요되는 국제기준의 정립을 기다리기보다, 필요 최소한의 규제체계를 우선 마련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점진적 단계적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이던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 19건을 통합 조정한 대안을 마련했다"라며 이번 가상자산 제정안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이번 가상자산법 제정은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할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 내에 편입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동안 금융위가 가상자산을 제도적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만큼 앞으로도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에 관한 제정법은 이제 첫 발을 디딘 셈이다.

이번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가상자산시장‧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았다.

우선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 매매‧중개 등과 관련해 이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 예치 또는 신탁 관리해야 한다. 또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자기소유 가상자산과 분리 보관해야 한다.

더불어 이용자가 위탁한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은 인터넷과 분리(콜드월렛) 보관해야 하며,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 적립을 해야 한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내용을 추적 확인할 수 있도록 거래기록을 15년간 보존해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관련 자본시장과 유사하게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중요사항 거짓기재‧누락 등)를 금지하고,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높은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임의적으로 입출금을 차단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는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 등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불공정거래행위 의심사항 발견시 지체없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및 조치 권한도 명확히 했다. 특히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징역(단,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 제한 위반의 경우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이번 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1년 후(2024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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