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만 있었던 '투자계약증권' 유통 허용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 대상 장외거래중개업자 요건 신설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지난 28일 토큰증권 발행(STO)을 위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 등 10인이 발의한 이번 법률안은 토큰증권 제도화에 필요한 두 가지 법률 개정안 가운데 하나다. 다른 하나인 전자증권법 개정안도 가까운 시일 내 발의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STO 제도는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게 준비 중이다. 올해 2월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입법공청회에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까지 불과 5개월여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정부는 연내 STO 관련 개정안 통과와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STO 관련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주요 개정사항 요약. (표=한국예탁결제원 입법공청회 자료)
STO 관련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주요 개정사항 요약. (표=한국예탁결제원 입법공청회 자료)

STO 준비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진행 중이다. 분산원장의 법적 효력 인정,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장외거래중개업자 신설 등이 주요 사항이다. 이 가운데 '장외거래중개업자 신설'이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분산원장'과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 관련 내용은 전자증권법 개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 장외거래중개업자 신설... '투자계약증권'에 유통 규제 적용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내용은 총 6가지로 분류된다.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회사채), 파생결합증권(ELS), 증권예탁증권(DI), 수익증권(특정금전신탁상품), 투자계약증권 등이다. 증권의 형식은 종이형태와 전자형태의 증권이 발행되고 있다. 전자형태의 증권은 2019년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면서 상장주식에 한해 도입된 증권의 형태다. 그리고 여기에 토큰증권(ST)이 새롭게 더해진다.

하지만 토큰증권이 기존 6가지 증권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시범적으로 '비금전신탁상품'과 '투자계약증권'에 한해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키로 했다. 비금전신탁상품은 기존에 허용되지 않던 수익증권의 유형이다. 수익증권(특정금전신탁형)은 있었으나 금전 이외에 다른 자산을 신탁해서 신탁된 자산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신탁업자에게 맡기고 신탁업자가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토큰증권을 통해 허용될 예정이다.

투자계약증권은 최근에 인정되기 시작한 증권의 형태다. 이것은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뮤직카우다. 뮤직카우는 투자자가 음원 저작권료에 대한 청구권을 나눠 갖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조각투자'는 음원뿐 아니라 미술품, 명품 등의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시도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에 대해 투자계약증권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증권신고서 작성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향후 이러한 투자계약증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이번에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가운데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유통 규제 적용(안 제4조제1항)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를 통해 현재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일부 투자계약증권의 장외 거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STO 정책방향 중 자본시장법 개정사항. (표=금융위원회 입법공청회 자료)
STO 정책방향 중 자본시장법 개정사항. (표=금융위원회 입법공청회 자료)

더불어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장외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의 요건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투자중개업자(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해 다수 투자자 간에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다자간 상대매매 방식) 허용해 다양한 장외시장의 형성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안 제166조제1항 신설). 다만 이 같은 투자중개업자의 경우 발행과 유통의 겸영, 즉 자신이 발행하거나 인수한 증권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주선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장외시장의 투자한도도 설정된다.(안 제166조제4항 신설) 플랫폼에 가입된 일반 투자자들은 1년간 최대 매수금액이 제한될 예정이다. 다만 매수금액 한도는 플랫폼별로 설정되기 때문에 장외거래 플랫폼을 여러 개 쓸 경우 전체 매수금액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장외거래중개업자는 누가 되나... 투자한도 제한 및 비상장 주식의 토큰증권 발행 여부에 관심

아직까지 장외거래중개업자의 구체적인 자격 요건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존 채권전문중개회사의 수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장외 채권전문중개회사를 기본 컨셉으로 잡아 두 가지 종류의 증권(비금전신탁형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매매와 중개업무, 종목별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공표하고 양자간 매매체결을 주선해주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외거래중개업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및 인적 물적 요건 등을 갖춰야 하며 중개신청의 취소 및 정정, 매매체결 등의 방법, 발행인 공시 방법 등의 업무기준 제출도 요구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은 시행령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한도 제한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달 열린 입법공청회에서 류지해 이사(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TF)는 "거래의 위험도는 상품의 특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라며 "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한 거래라 하더라도 과도한 고위험 투자로 볼 이유는 없다"고 투자한도 제한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현일 변호사도 "투자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투자자 보호의무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되 자기책임의 원칙 하에 투자한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달 입법공청회에서 금융위원회는 현행 6가지로 분류되는 증권 모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2월 가이드라인에서 언급한 것은 과거 증권화되지 못했던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기존 증권들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무증권과 상장되지 않은 지분증권(비상장주식)에 대해서는 분산원장을 쓰는 것도 하나의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된 두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 같은데 너무 그것만 답인 것처럼 이야기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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