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해보험, 보험료의 70% 이상 정부 및 지자체가 지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법률적 근거 알고 대처 필요

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해질녘이면 언뜻 선선한 기운도 느껴지는 늦여름, 돌아보니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은 한 계절을 보냈다. 장마와 태풍에 거친 폭우가 제방을 넘어 마을과 도로를 휩쓸고, 수많은 마을을 폐허로 남겼다. 나라 곳곳에 남겨진 상처가 크다. 이 여름 한철 동안에만 발생한 인명 손상과 재산 피해가 얼마인지 쉽게 산정할 수 없을 정도이다. 

혹독한 재난을 당한 분들 앞에서 너무도 무정하고 한가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재난이 남긴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는 메카니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국가적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 스스로 예산으로 복구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구상하면 될 것이다.

개인의 피해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가혹하게 들릴 수 있으나 법률 상식으로 보면, 모든 손해의 회복은 원칙적으로 피해자 자신의 부담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다만 손해를 다른 사람 또는 법인에게 전가해 책임을 지도록 하려면 특별히 구속력이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런 특별한 근거의 하나가 ‘계약’이다. 계약의 대표적인 사례가 풍수해보험 계약이다. 개인이 주택, 비닐하우스, 상가, 공장 등에 태풍, 호우, 지진 등에 대비해 손해보험회사의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재해 발생시 보험금을 수령한다. 유사한 계약으로 농작물, 가축, 양식어류 등에 대해서 하는 농어업재해보험이 있다.

보험료의 70% 이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주기도 하므로, 가입자는 연간 1만원대의 부담만 진다고 한다. 그런데 장마철을 앞두고 정부가 풍수해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하는데, 가입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안다. 홍보가 부족하고 가입대상자들이 이 보험을 잘 알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적은 부담으로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의 몇 배가 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이 보험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가입률이 저조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특별한 근거의 다른 하나는 ‘법률’이다. 국가배상법 5조 1항에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집중호우 중에 하천 제방 등이 파손돼 홍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생명, 재산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관리주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큰 예산을 들여서 축조한 공공 시설물이 집중호우 중에 파손되는 일은 드물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설계와 시공에서 예상한 재해감당 능력을 넘어선 불가항력적인 재해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관리주체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기댈 법률적 근거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일 듯하다. 이 법은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이를 복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는다. 국가 예산으로 피해 시설의 복구와 피해주민 생계 안정을 위한 지원을 한다.

지원을 받으려면 신청으로부터 심사 및 집행까지 상당한 절차가 필요하다. 재해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응급대책 등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상의 한계 등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각 개인들에게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해를 입은 수많은 분들의 슬픔 앞에서 이러한 법률 상식의 나열이 적절한지 스스로도 의문이다. 부디 하루빨리 피해복구를 마치고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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