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승 금융경제신문 편집국장
최진승 금융경제신문 편집국장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력서 한 통을 소개받았다. 대기업에서 13년 가까이 일해온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지난해까지 한 중견기업에서 AI 관련 연구개발도 했다. 이름있는 대학 출신에 대기업 경력까지 이력서는 깔끔해 보였다. 이직 횟수도 한 차례뿐. 요즘같이 이직이 잦은 IT업계에서 꽤 인상적인 이력이었다. 문제는 40대 중반의 나이였다. 아무리 탐나는 이력을 지녔다해도 나이는 부담이 된다. 소개한 회사로부터 비슷한 답변이 왔다. "나이가 좀 많으신데 회사 입장에서 문제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니어 직장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위태해지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권고사직 대상이 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이가 많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에 따른 처우 수준이 높기에 문제인 것이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임직원 급여로 2793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하반기(281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퇴직급여는 큰 폭으로 올랐다. 상반기 퇴직급여는 189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2분기에만 110억원의 퇴직급여가 발생해 이 시기 퇴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분기 최고치다.

'개발자 모셔가기'도 옛말이다. 사내 핵심 개발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모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개발 관련 직군의 비중이 높은 IT회사도 실적 악화 앞에서 예외가 없다. 퇴직급여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근속자의 이탈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오랜 기간 회사에서 구슬땀을 흘렸지만 실적 악화 속에 40대 이상 시니어들은 정리대상 우선순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금리와 함께 지난해 불어닥친 증시 침체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면에는 인건비 감축이라는 파도를 견뎌내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상반기 급여 비용을 지난해 말 대비 17%가량 줄였고 미래에셋증권도 올 2분기 들어 급여 비용을 약 17% 삭감했다.

인원감축 바람 앞에 놓인 시니어들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이직을 생각하겠지만 뒤늦게 찾아본 회사에서도 마땅한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재취업이 쉽지 않다면 그간의 경험을 살려 창업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다만 왠만한 준비와 각오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대부분 공감하는 바다. 문제는 이같은 고민과 어려움에 처한 40대에 관한 공론화된 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40대 고용률(2021년 기준)은 OECD 38개국 가운데 31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올해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은 내년 들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초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 금융, 건설,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40대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더욱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고용경직성을 감안할 때 중장년층의 재취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40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40대란 어떤 의미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가정의 생계와 사회적 동력을 책임진 40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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