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코스피 지수 2300선이 깨지면서 국내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26일 국내 증시는 전날 미국 나스닥 지수 급락(-2.43%) 속에 10개월 만에 2300선을 반납하며 폭락했다. 전날 나스닥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9.51%) 실적 부진 영향으로 빅테크 기술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도 증시 폭락을 키웠다.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국 국채가 다시 연 5%대에 근접하면서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날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 동안 48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선봉장으로 여겨지던 2차 전지 섹터마저 악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크게 흔들렸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부진한 실적 발표도 한 몫 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반도체 섹터를 중심으로 2차 전지 섹터로 이어지며 주요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삼성전자(-1.91%), SK하이닉스(-5.88%)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2.44%), 삼성SDI(-5.05%), 포스코홀딩스(-5.39%), 포스코퓨처엠(-8.91%), 에코프로(-10.00%)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날인 27일도 코스피 지수는 등락을 거듭했다. 장중 한때 1% 가까이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했다. 전날에 이어 외국인 매도세는 계속됐다. 기관과 개인이 322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3797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을 턱걸이 한 채 마감했다.

◇ 엇갈리는 경제성장률 전망 속 내수침체·에너지·식량 위기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내린 2.7%로 예상했다. OECD는 "올해와 내년 글로벌 GDP 성장률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거시경제 정책 긴축으로 인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 긴축 재정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 속도는 올해 2.2%에서 내년 1.3%로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의 경우도 내수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0.5% 내린 4.6%로 예상했다.

이-팔 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분야도 빨간불이다. OECD는 석유, 석탄, 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에너지가격 급등과 물가상승 우려를 경고했다. 식량 가격도 비상이다. OECD는 6월부터 시작된 엘니뇨 현상과 인도의 쌀 수출 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흑해 곡물 협정 중단 등이 식량 가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료=OECD,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자료=OECD,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기 회복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세계 수요를 주도하는 미국의 성장세가 전세계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OECD의 올해와 내년도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6월 전망치보다 상향조정된 것이 근거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발표한 2024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각종 리스크 요인과 고물가 고금리 부담 등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모멘텀으로만 보면 회복세의 가속화가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주요 경제지표들 역시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수차례의 FOMC는 각각 25bp의 인상과 동결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회의 결정 직후 일주일간 주가와 금리, 그리고 환율은 어떠한 추세를 형성하기보다 각각의 시점에서 분위기에 따라 반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물가와 고용 등 주요 지표의 발표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체감상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경제상황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상황이 이어지게 되었고, 이는 경제지표가 예측가능한 수준까지 안정되면서 경제구조의 신뢰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결국 예측가능성이 팬데믹 기간에 비해 상당 부분 확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은 "코로나19가 이어지던 시기의 경제지표에 대한 시장전망치와 실제치의 괴리 수준과 금년 이후 전망치와 실제치의 괴리는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 비트코인(BTC) 난이도 최고치 경신... 가격전망은?

금주 주요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비트코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트코인(BTC)은 금주 들어 10% 이상 급등하면서 주식시장과 디커플링 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의 강세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올해 들어 BTC 해시레이트(해시율)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해시레이트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블록생성(채굴)에 참여하는 컴퓨팅 파워를 뜻한다. 해시레이트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네트워크 내 채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시율의 증가는 가격상승의 전조로 여겨지곤 한다. 채굴자들이 컴퓨팅 리소스를 투입한다는 것은 기대수익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BTC 흐름도 가격과 해시율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올해 들어 BTC 가격이 오르면서 해시율도 뒤따라 오르는 추세다. 가격이 오르면서 채굴 수익이 개선됨에 따라 채굴 업체들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동원하게 된다.

올해 초 BTC 해시율이 증가하면서 BTC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프=blockchain.com)
올해 초 BTC 해시율이 증가하면서 BTC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프=blockchain.com)

해시율은 채굴 난이도(Difficulty)에 영향을 끼친다. 난이도는 블록생성(채굴) 시간을 10분 단위로 유지하기 위해 약 2주마다 조정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알고리즘이다. 해시율이 증가해 채굴 속도가 빨라지면 난이도가 오르면서 다시 채굴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BTC 난이도는 최근 한 달 새 12% 이상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비티씨닷컴 데이터를 보면 지난 9월 19일 난이도가 5.48% 증가한데 이어 10월 들어서도 두 차례에 걸쳐 6.82% 올랐다. 난이도의 연이은 상승은 해시율이 급증했다는 반증이다.

다음 난이도 조정은 오는 30일 예정돼 있으며 이번에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BTC 반감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격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감기는 채굴에 따른 네트워크 내 보조금(Subsidy)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내년 4월 19일경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비티씨닷컴)
(출처=비티씨닷컴)

4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역대 반감기를 전후로 BTC 가격은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반감기를 겪으며 BTC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BTC가 예년과 같은 기록적인 상승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BTC 가격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신규 자금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2년전 BTC 가격상승은 기관투자자와 대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상승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현재와 같은 경기 국면에서 대형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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