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체인 인천 컨퍼런스' 개최
블록체인 활용한 도시문제 해결 방안 모색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실생활에 블록체인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블록체인은 DID(분산신원인증)를 중심으로 일부 서비스가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직 묘연하다. 기술 내지 인프라 측면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나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된 사례는 드물다.

30일과 3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인천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대중화를 둘러싼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사진=금융경제신문)
30일과 3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인천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대중화를 둘러싼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사진=금융경제신문)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인천 컨퍼런스'는 실생활에서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한 패널들은 도시문제 해소를 주제로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윤정현 캐리버스 대표는 가상도시를 통한 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표는 기존 커뮤니티라는 용어보다 공동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가상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국가, 에셋(자산) 등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애착심을 지속시킴으로써 프로젝트 방문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유권에 대한 신원인증을 꼽았다. 공동체 및 디지털 민주주를 위한 시스템에서 첫 번째 과제가 신원인증이다. 가상도시를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를 선행학습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윤 대표는 "이용자들이 가상도시에 직접 참여해 보유한 에셋들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토론하는 것은 실제 스마트도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배제대학교 석좌교수도 블록체인을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은 기술을 넘어 정책적 영역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먼저 행복지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 10개 도시의 행복지수를 비교 조사한 리서치 결과 1위는 스톡홀름이었다. 서울은 최하위점을 받았다.

스톡홀름 시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감 때문이다. 결국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강력한 커뮤니티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연대감은 도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이것을 위한 연구와 지원, 투자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이것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도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이유다. 김 교수는 "게임, 가상자산 등에 대한 규제를 방관하지 말고 어떻게 전환시킬 것이냐 문제는 정책의 영역"이라며 "기술과 정책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새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고, 이를 위해 여러 정책 수립과 국회 입법화 등이 잘 접목될 수 있도록 교류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블록체인으로 커뮤니티 연대감 강화, 디지털 민주주의 토대

그렇다면 기술적 접근과 정책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패널들은 시장참여자(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즉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 때 규제 정책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인하대 교수(인하대 블록체인센터장)는 기술과 정책의 접목 방법으로 리빙랩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블록체인의 활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한 가치는 순환경제에 있다고 봤다. 그는 어떻게 도시의 순환시스템을 만들고 비상상황에서 회복력을 갖출 것이냐 하는 고민 속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찾았다.

김 교수는 "도시 역시 아날로그적 플랫폼이자 협력 공간이고 전통적인 도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천연자원이었다"면서 "과거 석탄, 석유, 운하 등이 도시의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공간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경쟁력은 '디지털데이터'가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한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도시는 인적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도시가 개개인이 좋아하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주는 것, 무엇을 가능하게 해줄 것인가가 중요한 평가 지표다.

'블록체인과 도시의 미래: 도시문제 해소 가능성'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윤정현 캐리버스 대표, 조일현 클레이튼재단 부사장, 정유신 교수(좌장), 김형준 배제대학교 석좌교수, 김정은 인하대학교 교수 (사진=금융경제신문)
'블록체인과 도시의 미래: 도시문제 해소 가능성'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윤정현 캐리버스 대표, 조일현 클레이튼재단 부사장, 정유신 교수(좌장), 김형준 배제대학교 석좌교수, 김정은 인하대학교 교수 (사진=금융경제신문)

김 교수는 '커넥토그래피'가 중요하다고 봤다.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란 연결을 뜻하는 커넥트(connect)와 지리를 뜻하는 지오그래피(geography)의 합성어다. 데이터와 인적자원이 연결된 새로운 지리적 세계를 의미한다. 인천시와 연결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천시의 메인넷 구축과 DID 신분증시스템 도입이 첫 출발점이다. 김 교수는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주차장,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팜 기술 접목 등에 있어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고 통합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인천 DID를 통해 이를 통합하고 지속가능한 포용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세사기 등 도시문제 해결 모색, 시민 체감 서비스 중요

조일현 클레이튼재단 부사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구체적인 도시문제 해결 가능성들을 언급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일례다. 그는 전세사기의 핵심은 관리 미흡이라고 봤다. 현재 전월세에 대한 관리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실물 토큰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정은 이렇다. 임대인이 에스크로 계정에 입금한 자금이 토큰화되어 집주인에게 전달된다. 집주인은 토큰을 담보대출(Defi)로 활용한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실물 자금은 임대인에게 되돌아간다.

물론 이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과정이고 먼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참여자(시민)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정치인들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조 부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든 시민들과 엔드유저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기존 레거시 2.0과 달리 특정한 용도나 목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개방형 기술이다. 그는 "개방형 기술은 본인의 상상력과 역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규제가 따라오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대중화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레이튼재단은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핵심으로 보고 인프라와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11월부터 국내 최초로 토큰화된 금(Gold)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 토큰'은 먼저 디파이(Defi) 서비스로 출시된다. 기존의 금은 보유하는 데 그쳤다면 '금 토큰'을 오픈플랫폼에 출시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의 디파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금 토큰'을 담보로 USDT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 부사장은 "블록체인 대중화는 실제 생활을 개선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라며 "블록체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찾기보다 현재 당면한 문제를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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