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박일규 기자] 최근 정비사업 구역들 중 10곳 중 9곳이 신탁사가 시행을 맡는 신탁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 도봉2구역은 2007년 사업시행인가 이후 금융조달과 인허가문제, 시공사와의 협상 등 전문성 부족 등으로 2017년 초까지 약 10여년간 사업이 정체돼 있었다가 신탁방식을 채택한 후 물꼬가 트였다. 이곳은 이 달 일반분양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본1동1지구, 여의도한양아파트, 목동7단지 등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구역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신탁사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어 신탁사에 의한 시행을 마냥 달가워 할 수 없게 한다.

산본1동1지구의 경우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컨소시엄을 포함해 주민과 갈등을 빚었고, 여의도한양아파트의 경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을 가이드와 별개로 사업시행자의 권한이 없는 부지를 사업면적에 포함해 서울시가 영등포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목동7단지는 신탁사가 시행을 대행함에 있어 주민동의와 사업에 대한 투명성이 강조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비사업 중에는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그 원인 중 하나는 ‘사업자금’이다. 사업자금은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후 협력업체 등 외부 인력을 끌어들일 때 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때부터 들어가게 된다. 모든 주민들이 뜻을 모아 삼삼오오 진단비용을 걷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출을 고려하게 된다. 즉 사업시행 초기부터 자금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추진위가 설립되면 사업시행을 대행해 줄 신탁사를 뽑게 되는데 신탁사는 이자와 함께 사업비 대출과 분양이 끝날 때 통상 1~3%대의 분양 수수료를 지급받게 된다.

신탁사와 추진위 간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원인은 이 사업비와 수수료에 있다. 신탁사가 대행을 맡는 만큼 모든 사업비 대출은 담당 신탁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사업 진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딜레이 된다면 주민들은 그 시간만큼의 이자를 더 지불하게 된다. 또 분양 수수료 역시 가구당 10억원씩 총 100가구를 분양한다면 1%일 때 10억원,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의 경우 100억원에 이르게 된다.

모든 주민들이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수료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와중 사업에 걸림돌이 체이는 경우 주민들의 반발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추진위와 신탁사 간의 계약 내용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항 하나하나 주민들의 이해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신탁사의 부주의로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긴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 등 투명한 계약서가 필요하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정비사업에 참여할 때 필요한 신탁 계약서·시행규정 표준안 마련을 위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 의견수렴 뒤 지자체 및 이해관계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금전이 걸린 사업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수십억이 오가는 정비사업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줄다리기의 승자든 패자든 양측 모두 시간과 힘을 소진하게 된다. 당겨야 할 것은 서로 반대 방향이 아니라 주민과 대행사가 함께 같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투명한 서류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사업동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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