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IT컨설팅 전문 AJ&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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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한 달 전 한국 철수를 발표했다. 트위치는 전세계 이용자가 1억명이 넘는 거대 플랫폼이다. 한국의 월간 이용자가 246만명에 이른다.

트위치가 한국 철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망 사용료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위치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쩔 수 없이 큰 트래픽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인터넷망을 보급하고 있는 통신사에서 이러한 기업에 별도의 요금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에서 망 사용료 때문에 사업을 철수한 기업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판도라TV, 엠군, 엠앤캐스트 등의 스트리밍 업체들이 망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문제는 단순히 사용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망 사용료가 이중 과금이라는 것이다. 통신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회선 사용료를 받으면서 기업에 또 큰 비용을 사용료로 부과하고 있다.

현재 정상적으로 서비스하는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하다 절충안에 합의했다. 아프리카TV는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망 사용료를 절감하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버 외에 사용자의 컴퓨터에 서버 프로그램을 설치해 다른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중개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 트래픽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도 오픈베타 후에는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치도 망 사용료를 낮추기 위해 그리드 컴퓨팅을 검토했지만 끝내 철수를 결정한 듯하다.

웹하드 업체, 스트리밍 업체들이 흔하게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사용하는데, 그리드 컴퓨팅이 남용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몇몇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들 업체가 그리드 컴퓨팅을 이용한다면 당신의 컴퓨터는 금방 느려지고 제대로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명백히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트위치와 스트리밍 시장을 견주었던 아프리카 TV의 서수길 대표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국내 업체인 아프리카TV가 해외업체를 이긴 결과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프리카TV의 한국 이용자수는 230만명으로 트위치보다 다소 적은 데다가 아프리카TV 내의 많은 인터넷 방송이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발언에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문득 15년 전 일이 떠오른다. 당시 통신사들은 무료 와이파이 때문에 요금 수입이 줄어든다며 국내 핸드폰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사인 애플이 국내 통신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와이파이가 국내에 보급될 수 있었다.

이번 트위치 철수로 피해를 본 쪽이 어디일까? 트위치는 매년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게 되므로 피해자가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기 있는 글로벌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없는 국내 사용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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