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한국과 폴란드 간 약 30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K2 전차 등 방위산업 수출계약이 수출입은행의 대출 한도 제한에 묶여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폴란드 정부와 2022년 7월 FA-50 전투기, K9 자주포, K2 전차 도입에 관한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1차와 2차에 나눠 진행키로 했다. 1차 계약은 2022년 8월 17조원 규모로 체결됐다. 국가 간 무기 거래시 무기 구입에 필요한 차관을 제공하고 추후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1차 계약에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6조원씩 총 12조원을 공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2차 계약을 앞두고 추가 금융 지원이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다. 수출입은행법에서 정한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40%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18조4000억원 수준으로 40%인 7조3600억원 가운데 6조원이 이미 계약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폴란드와 2차 계약에 실패하면 최소 25조원이 넘는 계약이 날아가는 것 이상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방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외국에 우리 방산시장을 빼앗길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우선 수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이 상향 조정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만들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이에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25~3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이번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오는 25일과 2월 1일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K9에 대한 2차 계약은 국내 방위산업 수출 사상 처음으로 신디케이트 론을 조성해 대응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원 한도는 약 13.5조원으로 이 가운데 2차 계약 지원분은 3.4조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20%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약 30조원으로 추산되는 폴란드와의 2차 계약 물량 전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수출신용기관의 금융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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