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전국은행연합회, 업무협약 체결
피해 예방과 확산 차단 위한 공조
마약·도박 범죄 이용 계좌 지급정지도 추진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 중인 참석자들.[왼쪽부터]  (은행연합회) 박혜정 소비자보호부장, 이태훈 전무이사, 조용병 회장 (대검찰청) 이원석 검찰총장, 박영빈 마약조직범죄부장, 이태순 조직범죄과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 중인 참석자들.[왼쪽부터] (은행연합회) 박혜정 소비자보호부장, 이태훈 전무이사, 조용병 회장 (대검찰청) 이원석 검찰총장, 박영빈 마약조직범죄부장, 이태순 조직범죄과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범행을 계획·지시하는 총책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거책 등 피해자에게 접근해 돈을 전달받거나 수거하는 하위 조직원들의 조직적·지속적인 가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하위 조직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의 말이다.

보이스피싱범죄는 국내에서 2006년 최초로 발생한 이래 그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부터 약 3년 동안 그 피해가 매년 약 50% 이상씩 대폭 증가해 2021년에는 피해금액이 7744억원으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하위 조직원일지라도 범행의 근절을 위해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4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금융사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편취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점조직의 현금 수거책에게 실형이 내려진 것이다.

이들 일당은 국내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캐피탈사·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사 직원을 사칭하고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며 대출 신청을 하도록 한 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신규 대출을 실행하면 금융법 위반"이라며 속였다.

총책의 지시에 따라 유인책은 "햇살론 대출을 해주겠다", "저금리 대환대출 대상자다", "정부지원금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를 끌어내 악성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후에 유인책이 피해자에게 "직원을 보낼 테니 직접 현금을 전달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말하면 현금 수거책인 정씨는 금융사 직원 행세를 하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 금원을 교부받는 역할을 수행했다. 정씨는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점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금융사 직원 행세를 해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수천만원의 금원을 교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 일당은 2022년 9~10월까지 약 한 달간 5명으로부터 총 8780만원의 현금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2022년 7월 ‘보이스피싱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하는 등 범정부적 대응의 결과로, 2022년도 피해금액은 5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지난해 피해금액(11월 기준)은 3916억원(전년 동기 대비 약 24% 감소)으로 최고점인 2021년 대비 약 1/2 가까이 대폭 감소되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 24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만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범죄 예방·차단 및 대응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로써 검찰과 금융기관 모두 각자 취득하게 된 새로운 범행 유형 및 수법에 관한 정보, 대응 방법, 거래내역 분석을 통해 확인된 범죄정보 등을 법령상 가능한 범위에서 서로 제공해 공유하게 된다. 예금계좌가 온라인 불법도박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민생 침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금융 조치를 도입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검찰과 금융기관은 각자 취득한 범행 유형이나 수법에 관한 정보 등을 법령상 가능한 범위에서 공유하고, 민생침해범죄 대응 전담 부서를 확대하며 직원 대상 피해 예방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협약식에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민생범죄가 발생한 후 처벌하는 것보다 금융권과 협력해 사전에 범죄를 막아 피해를 예방하고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 “민생을 침해하는 범죄인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온라인도박 근절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은행권은 민생침해범죄를 예방·차단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일환으로 수사기관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에 공동대응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마련할 토대를 구축했다.

현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범죄만 지급정지가 가능한데 이를 확대 방안도 내놨다.

검찰은 "수사 중 온라인 불법도박, 마약 거래 등에 이용되는 계좌를 지급정지한다“며 ”이는 범행을 중단시키고 범죄자의 막대한 수익 인출을 막아 추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원, 대포폰‧통장 유통 조직원, 휴대전화 발신번호 변작기관리 조직원 등 총 370명을 입건하고 127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약 4년 만에 증거 부족으로 석방됐던 인원 일부에 대해 재차 휴대폰 포렌식, 출입국 내역 분석 등 전면적인 재수사를 실시했다. 이로써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등 혐의로 중국 청도, 대련을 거점으로 활동한 보이스피싱 총책, 관리책 등 조직원 27명을 입건하고 19명을 검거해 구속기소했다.

또한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필리핀을 거점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해 피해자 560명으로부터 108억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의 중형 선고를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총 190개의 대포통장을 공급한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적발하여, 총책과 주요 조직원, 대포통장 개설에 가담한 은행원, 경찰사건 무마 청탁 브로커 등 총 24명을 입건하고, 12명을 구속기소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발신하는 인터넷 전화번호 변작(‘070’→‘010’)을 총괄한 범죄조직을 적발, 국내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 등 총 25명을 입건해 20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같은 검찰과 금융기관의 업무 공조로 관계자는 “점점 조직화‧지능화‧첨단화된 민생침해범죄에 대해 향후 수사기관의 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범죄수단 차단 조치가 수반돼 피해예방 등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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