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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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을 집중 점검한다. 부동산 미분양 속출과 비수도권 부동산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며,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산정 체계를 미흡하게 운영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파악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업계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PF로 전환이 안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손실 100%를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광주·대구·경남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에 대손충당금 산정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도 내렸다.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대신용손실 추정 과정에서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 등을 추정해 사용한다. 부도율에는 향후 경기에 대한 미래 전망 정보가 반영되나, 일부 은행들은 앞으로 경기가 개선된다는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들 지표가 부실 위험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대손충당금이 과소 산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2022년보다 70%이상 커졌다. 이는 부실이 발생한 부동산 PF 채권 정리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들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조99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손충당금 전입액 5조2714억원과 비교하면 70.6% 증가했다.

2023년 말 결산 시 예상 손실액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하고,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권 리스크 관리 및 충당금 적립’ 지시로 인해 금융사 곳곳에서 단체 교섭이 중단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동산 PF 위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곳곳에서 노사 간 단체교섭이 중단되고 있고, 리스크 관리를 빙자해 금융위기의 모든 책임을 금융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금융노조 측 주장이다.

회사가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서 손익 목표 미달로 처리해 임금·성과급 지급 합의를 파기하는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금융 노동자의 생산성은 감안하지 않는 처사에 분개한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충당금 적립 대신 배당, 성과급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회사의 자산 건전성, 자산관리, 내부통제, 성과급 적정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이에 노사관계의 상당 부분 파행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금융노동자들은 금융감독원이 노사 관계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에게 직원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고 충당금을 쌓으란 압박은 너무 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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