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IT컨설팅 전문 AJ&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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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스타트업은 사내 개발진을 제대로 꾸릴 여력이 부족해 외주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회사 시스템 일부를 다양한 이유로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외주업체를 잘 이용하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개발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일정이 딜레이 되기도 하며 돈을 계약 금액보다 더 주지 않으면 못 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사업하는 사람치고 외주업체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외주 개발시장(SI; System Integration)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체 서비스를 갖고 있어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회사와 달리 SI 업체는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다른 일감을 찾지 못하면 매출을 올릴 수 없다. 그래서 영업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고 인건비가 곧 수익과 직결되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개발진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가 다반사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도 성과에 대해 보상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소스코드의 품질은 미래를 대비한 확장성과도 깊은 상관이 있지만, 외주 개발은 일정 기간 안에만 일을 끝내주면 되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이나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 빨리 만들어 보여주고 돈만 받으면 장땡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통의 개발자들은 SI 개발을 기피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일반적으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이름 있는 대기업에 포진돼 있고 그 아래 중소기업 개발자들이 있다고 하면 SI 개발자들은 그보다 낮은 환경에 놓여있다.

그런데 또 SI 개발은 특별한 아이템이 없어도 할 수 있다 보니, 전국에는 수많은 SI 회사가 난립해 있고 이 회사들이 수준이 높지 않은 개발진을 데리고 일감을 따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 SI 시장이다.

또 한 번 프로젝트를 수행한 회사로부터 보수만 받으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평판에 신경쓸 필요가 없고, 사후관리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어떤 SI 업체나 입금 전에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돈을 받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일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의뢰 시 요구사항을 문서로 정리에 계약서에 명시하게 되는데 '열심히 해준다고 하니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말했다시피 SI 업체는 사전에 명시되지 않거나 사후 변경된 요구사항은 계약위반을 주장하며 추가금을 요구하거나 개발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요구사항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구체적으로 명시해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데 이것 또한 개발자들이 SI 개발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요구사항 명시에만 심혈을 기울여도 아무렇게나 대충 개발해 주는 업체를 거를 수 있다. 요구사항이 두루뭉실하면 '이 일은 적당히 해주면 돈 받을 수 있겠다'하고 생각하는 영세한 업체들이 입찰가를 후려치면서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발주사는 저렴한 단가만 보고 충분한 완성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외주 결과물은 소스코드 품질을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서비스에 중요한 부분은 외주사에 맡기지 말아야 하며 내부 개발진에게 맡길 과업과 외주로 맡길 과업을 잘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주사는 외주업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말고 프로젝트를 잘 관리 감독한다면 서로 상생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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