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33개 늘어…총수 일가 사금고화 등 부작용 심각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동양그룹 사태에 이어 또 다시 효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모기업과 총수 일가 사금고 역할을 해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0대 그룹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 계열사를 33개나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롯데와 KT가 인수합병(M&A)으로 인해 금융 계열사가 증가했고 삼성과 동부, 한화그룹 등은 보험사의 자회사로 손해사정사를 설립하거나 보험업무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늘린 뒤 일감몰아주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가 개편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0대 그룹의 영위업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금융 관련 계열사가 2008년 16개 그룹 54개에서 지난해 20개 그룹 87개사로 33개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 소속 금융계열사의 총 자산규모는 2008년말 28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말 439조5000억원으로 84.2% 불어났고, 매출도 78조2000억원에서 97조8000억원으로 27.5% 증가했다.

금융업에 진출한 20개 그룹 중 금융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12개를 거느리고 있다. 이어 롯데와 KT가 10개씩, 한화가 8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두산 현대가 각각 5개씩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4개, CJ와 효성이 각각 2개다. SK, LG, 포스코, GS, STX, LS, 부영도 1개씩 있다.

금융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KT로 1개사에서 10개사로 9곳이 추가됐다. 또 롯데가 7개, 동부는 5개, 대우조선해양은 4개, 현대그룹은 3개, 삼성그룹이 2개, 효성과 현대자동차 LG 두산 CJ 부영은 1개씩 늘었다. 반면 한화와 금호아시아나는 각각 1개와 2개 계열사가 줄었다.

KT그룹은 2010년 금호렌터카글로벌에 이어 2011년 비씨카드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KT오토리스를 계열로 편입시켰다. KT그룹은 2008년까지만 해도 금융계열사가 KT캐피탈뿐이었지만 9곳이 늘어나면서 모두 10곳이 됐다. KT그룹의 계열사가 급증한 것은 금호렌터카글로벌 자회사가 1곳, 비씨카드는 3곳이 함께 딸려왔기 때문이다.

KT그룹은 통신사업의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사업다각화를 위해 M&A에 적극 나섰다. 2009년말 현금성자산이 7조2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유보자금이 많아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KT그룹은 금융계열사의 총 자산규모가 1조2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375.3%나 증가했다. 이는 16개 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매출액도 1114억원에서 3525억원으로 3064.8%나 불어났다. 순이익 역시 34억원에서 1547억원으로 불어났다. 순이익률은 0.3%에서 4.4%로 껑충 뛰었다.

롯데그룹은 2008년까지만 해도 금융 계열사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등 3개사였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교통카드회사인 마이비와 이비카드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금융계열사가 7곳이나 증가했다. 신용카드 사업이 잘 되면서 사업 영역을 교통카드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은 최근 4년동안 낮아졌다. 매출이 7조3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86.9% 증가한 사이 순이익은 19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23.5% 늘어나는데 그쳤다. 순이익률은 2.5%에서 1.7%로 0.8%포인트 하락했다.

간판 동부화재가 있는 동부그룹도 금융계열사를 대거 늘렸지만 저금리기조로 인한 역마진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동부그룹은 손해사정사 3곳을 추가하고 보험판매사를 신설하는 등 금융계열사가 7개사에서 12개사로 늘어났다. 자산규모는 14조원에서 29조8000억원으로 15조8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매출액도 7조6000억원에서 13조6000억원으로 79.3% 증가했고, 순이익은 33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38.8%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률은 4.4%에서 3.4%로 하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관련 투자회사만 4곳이 새롭게 편입됐다. 특수목적법인인 거북선1, 5, 6, 7호 선박투자회사들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뿐이었던 금융계열사가 4년만에 5곳으로 늘어났다. 사모투자회사 2곳과 저축은행 1곳, 자산운용사 1곳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맡으면서 현대상선 등 물류업에 주력해왔지만 업황침체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자 금융계열사를 대폭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3조원에 육박했던 금융사 매출이 1조8000억원으로 40% 감소하고, 순이익도 200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순이익률도 6.3%에서 4.9%로 확 떨어졌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손해사정사 1곳과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 1곳을 계열에 편입시켰다. 덩치에 비해 늘어난 계열사수는 2곳에 불과하지만 20개 그룹 중 자산규모나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5년 사이 자산규모가 71조 늘어난 232조7000억원으로, 매출도 6조2000억원 늘어난 46조7000억원으로 어마어마하다. 순이익률도 4.6%에서 5.7%로 상승했다.

이밖에 CJ그룹과 효성그룹이 1개사에서 2개사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두산그룹은 4개사에서 5개사로, LG그룹과 부영그룹은 1개사를 신설하면서 각각 금융계열사가 1곳씩 늘어났다.

한화그룹은 제일화재해상보험을 한화손해보험에 합치면서 금융계열사가 9곳에서 8곳으로 1곳 줄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금호생명을 KDB산은금융그룹에, 금호오토리스을 부산저축은행에 모두 매각해 금융계열사가 1곳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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