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우선주의 퇴행적 영업 관행에 직원들 살인적 스트레스
할당량 채우기 위한 ‘자폭보험’ 부지기수 눈덩이 빚 시달려

최근 발생한 삼성생명 직원의 돌연사를 둘러싸고 지나친 실적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삼성생명의 실적우선주의가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삼성생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대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한 지역단의 마케팅파트장이 돌연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원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와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보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지나친 실적 우선주의와 퇴행적 영업 관행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0일 삼성생명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마케팅파트장은 노조의 지역단 방문 저녁 술자리에 참석한 이후 자신의 차에서 잠을 자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유독 실적에 관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점마다 타 보험사보다 높은 실적 할당량을 제시하고, 이에 준하는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사측의 질책을 받는 등의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내부 사정에 밝은 보험업계 관계자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점장들이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명 ‘자폭 보험’ 경우도 부지기수라 빚더미에 앉은 경우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타 보험사마다 높은 실적 할당량을 제시받기 때문에, 미달된 경우라도 타 보험사에 비해 실적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질책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영업부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도 생겨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도 삼성생명은 실적이 부진한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반성문 취지의 ‘깜지’를 쓰게 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보험업계의 영업관행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보험산업이 전체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사 직원들에게까지 다수의 자사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뿐만이 아니라 국내 금융사는 대부분 실적을 메워야하기 때문에 다수의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외국계의 경우에는 실적 압박이 없어서 이러한 현상이 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적을 압박 받는 영업부 직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보험업은 영업 특성상 가입자들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영업현장 부서의 직원들은 월말별로 주기적으로 자신의 실적 순위가 매겨진다. 이로 인해 실적이 좋은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교와 차별이 생겨난다. 실적이 부진한 직원의 경우 인격모독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번에 사망한 삼성생명의 마케팅파트장 또한 실적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불의의 사고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적에만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불완전판매가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과도한 영업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영업부 직원들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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