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손규미 기자

 

작년 4월에 열린 보험다모아 시연회에 유명 연예인 설현이 참석했다.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온통 ‘설현’에 집중돼 있어서 시연회 본연의 취지가 흐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워낙 핫한 연예인이라서 그런지 그날 기자들의 화제 또한 ‘설현’에게 집중됐다.

기자는 여자연예인에는 관심이 없는 관계로 대화에는 무신경했지만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설현은 몸값이 얼마일까?’

동부화재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설현 외에도 보험사들이 기용한 광고모델의 면면은 화려하다. 삼성화재의 공효진·박보영, 현대해상의 손예진, KB손보의 손연재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포진해 있다. 얼마 전 악사손보도 아이돌 가수인 ‘경리’를 광고모델로 발탁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손보사’들이 기용한 광고모델이라는 점이다. 반면 생보사들의 광고에서는 ‘조정석’을 기용한 삼성생명 외에는 유명 연예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기 상품을 판매하는 손보사의 특성과 다이렉트 시장 확대에 따른 ‘젊은층’ 공략을 염두에 둔 마케팅 전략에 의한 현상이지만 항간에서는 이 같은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서 돈 많이 벌었잖아요.” 유명 연예인이 손보사에 집중되는 보험사 광고의 특성이 현재 보험업계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라는 것이다.

생보사들의 경우 ‘IFRS17’ 도입을 앞두고 업황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자유로운 손보사들의 경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몸값이 수억에 달하는 유명 연예인을 기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풍자섞인 이야기다. 물론 이 같은 이야기는 시중의 근거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손보사들이 적지 않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손보사들의 골칫덩어리였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당국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시행 이후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규제로 인해 올리지 못했던 자동차보험료를 규제가 풀림과 동시에 잇따라 올린 탓이다. 보험사들의 질적 경쟁을 부추겨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당초 예상이 무색해지는 행보였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지만 자동차보험은 이전부터 만성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자동차보험료는 로드맵이 시행된 지 1년 남짓한 사이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손보험료 또한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매년 두자릿수의 높은 인상폭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보산업이 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전체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 한 부분이 좋아지면 다른 한 부분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식으로 완급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하보다는 할인 특약을 확대하는 쪽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몇몇 손보사들의 경우 자본확충의 어려움 속에서도 배당 규모를 늘리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정책의 큰 틀이 ‘소비자 권익 강화’에 맞춰지면서 ‘자동차보험’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민 의료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실손보험’ 또한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손보업계의 ‘눈치게임’도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보험료 인하를 선언한 삼성화재를 필두로 악사손보, MG손보 등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발표했다. 최근 메리츠화재도 자동차 보험료를 0.7% 인하했다. 이 때문에 향후 보험료 인하 현상이 업계·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눈치게임’에서 얼마나 많은 손보사들이 손을 들고 일어설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