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국정과제 발표서 구체안 없이 언급
불확실 정부 정책속 "부담만 커질라" 우려

새정부 향후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실손보험료 인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손보업계가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강화 및 민간실손보험 관리 방안을 놓고 보험업계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실손보험 대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향후 정부의 행보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보장 강화로 실질적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건강증진사업 확대로 계층·지역별 격차 완화와 건강수명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 단계적 급여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발표된 국정 과제 시행을 통해 건강 보험 보장률을 현 63.4%에서 2022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손보험에 대한 언급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하단에 ‘민간실손보험 관리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제고’라는 표현으로 간략하고 포괄적으로만 명시됐다. 구체적인 보험료 인하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업계의 당초 예상을 빗나가는 발표였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험업계와 언론의 반발을 의식해 실손보험 인하 방안이 늦춰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확대로 보험사들이 2013~2017년 5년간 총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봤다며 내년부터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되레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액만 1조6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한 만큼 새로운 비급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손해율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130%를 육박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비급여가 의사들의 낮은 건강보험수가를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비급여 관리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민간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는 정부가 섣불리 보험료를 인하했을 시에 발생하는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손해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하하면 차후 더 큰 폭으로 실손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니면 실손보험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다른 상품의 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정책 협의체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실손보험 제도개선을 위해 TF를 꾸렸고. TF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공·사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인 ‘비급여 표준화’보다 ‘보험료 인하’에만 정책 포커스를 맞추면서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보험업계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처럼 정부가 실손보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공방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박 후보자의 향후 노선에 따라 실손보험에 대한 정책 방향도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각계 각층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상태이고 향후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여파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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