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저축 17만원 불과 월 지출 예상액 211만원에 턱없이 부족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가운데 절반 정도만 은퇴 이후를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의 월 평균 저축액은 고작 17만2000원으로 은퇴 후 빠듯하게나마 생활하는데 매달 211만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노후를 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란 전쟁 혹은 극심한 경제 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로 간주한다.

이 베이비부머들은 약 720만명으로 남성 93%, 여성 61%가 현재도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은퇴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8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제주를 제외한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58.5%는 은퇴 후 빠듯하게 살거나 최저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응답했다.

모은 재산은 적고 대부분은 현금화가 쉽지 않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베이비부머 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의 비중은 각각 82.4%와 14.8%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집을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하겠다거나 주택연금에 들겠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금융자산의 76.8%는 예금이나 적금, 연금 상품, 저축성 보험 등 비교적 안전한 상품에 집중돼 있었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하는 상품은 보험이 가장 많았으며, 10명중 7~8명은 국민연금을, 6~7명은 예금 또는 적금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 주식 펀드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금융상품 투자 비율은 15.9%에 그쳤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가계는 11.2%, 펀드에 투자하는 가계는 13.2%에 불과했다. 전체 베이비부머들의 4분의 3이 수익률이 낮더라도 최소한의 위험만을 감수하고자 한다고 응답했고, 이중 20% 이상이 저축이나 투자기간을 미리 고려하지 않고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있어 장기적인 투자설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퇴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의 4분의 3은 2∼3년 후에 부모가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으로 접어들어 부모와 자녀 모두를 부양해야 하는 ‘끼인세대’로 이중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책임자인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은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현재보다 미래의 재무상황이 더 나을 것으로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를 양육 책임으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정도 자녀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고 2~3년 후부터는 부모 부양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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