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금감원 직원·큰손 고객 자녀 당당 '합격'
우리은행 측 "우연의 일치, 확인중" 궁색한 변명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 및 부당거래로 금융당국 기관의 역할로 부적절하다는 이미지로 얼룩진 가운데 우리은행이 직원 공채 채용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자녀는 물론 감독기관인 금감원 자녀, VIP고객 자녀들을 추천받아 전원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 분석에 따르면,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입수한 명단에 포함된 이들은 전원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우리은행 하반기 공채에는 1만7000여명이 지원해 200여명이 채용돼 85: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채용 과정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이 있었던 가운데 또 한 번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채용 특혜 의혹이 드러난 점이라는 것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국정원 직원의 자녀와 감독기관인 금감원 임직원의 자녀가 포함돼 있었으며, 우리은행 고객 자녀까지 대가성 공채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 센터장이 추천한 것으로 적혀있는 한 고객 자녀의 경우 ‘비고’란에 ‘여신 740억원’, ‘신규 여신 500억원 추진’이라고 기재돼 있어 은행 거래액수와 채용이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심상정 의원은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면서 “국정원부터 감독기관이 돼야 할 금감원, 그리고 고객 고객의 자녀가 망라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이 문건을 보는 많은 취준생들이 빽 못 써주면 취업도 어렵다라는 말을 하는 등 부모님들 또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금감원 조사는 물론 철저한 조사 후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 고발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실은 우리은행 관계자가 찾아와 해당문건이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명 과정에서 ‘별도 임직원 자녀의 명단도 작성’했음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고액 고객의 친인척이 명단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는 ‘거래관계상 즉시 거절하지 못하고 인사부에 추천을 전달하여 명단을 작성한 사례’는 인정하면서도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합격발표 후 결과를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채용 과정은 투명했고, 많은 취준생들 중 어쩌다 우연의 일치로 사료된다”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에서도 “정확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한 게 없으므로 구체적인 공식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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