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합격 위해 합격배수 확대 등 온갖 편법 난무
정부, 채용비리 연루자 퇴출 원칙 등 관련법 명문화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김사선 기자]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는 온갖 편법이 난무했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배수를 늘리거나, 내부공모 기준을 변경해 특정인을 채용하거나 고위인사가 직접 면접평가에 참여해 지인을 채용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특별점검 조사결과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 공공기관 275개 중 257개 기관에서 위원구성 부적절(532건) 규정미비(440건), 모집공고 위반(233), 부당한 평가기준(211), 선발인원 변경(147) 등 총 2311건을 적발했다.

기재부는 청탁 지시, 서류조작 등 비리혐의가 짙은 47건을 수사의뢰하고, 채용업무 처리과정에서 중대한 과실 착오 적발 등 비리개연성이 있는 123건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초 채용계획과 달리 채용후보자의 추천배수를 변경해 특정인을 채용했다.

강원대병원은 채용 공고 후 채용인원을 조정하고 과다한 가점을 부여해 이 병원 근무 경력이 있는 특정인을 채용하고, 서울대병원은 서류전형에서 합격 배수를 조정해 특정인을 합격시키고 이후 면접전형에서 면접위원 전원이 고득점을 줘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대병원은 지원자 인적사항이 포함된 응시원서를 내부위원으로만 구성된 심사위원에게 사전 제공 후 특정인에게 고득점을 부여해 채용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고위인사 지시로 특정인을 사전에 내정하고 채용절차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채용했다. 취업응시자들은 자신들이 들러리란 사실도 몰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응시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응시자를 자격심사에서 통과시키고 이후 내부인만으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 이 응시자를 합격처리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인사위원회에서 특정인 채용이 부결되자 고위인사 지시로 위원회를 재개최해 불합격자가 최종 합격됐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기관)은 업무관련 자격증이 없는 직원 자녀의 필기시험을 면제해 채용했다.

정부 법무공단은 지인 청탁을 받아 채용요건을 갖추지 못한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이후 정규직으로 임용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채용공고를 공단 홈페이지에만 공고하고 공고일을 임의 단축해 내부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직원을 채용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고위인사 지시로 면접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편성하고 특정인 단독 면접을 진행하는 등 형식적 면접을 거쳐 특혜채용 했다.

세종학당재단은 고위인사가 면접위원을 직접 선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특정인을 특혜채용 했고, 한식진흥원은 해당분야 경력이 없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고위인사 지인의 자녀를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특별채용 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이후 면접 최고점으로 정규직 으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고위인사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후 계약 만료시점에 전문계약직, 무기계약직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은 고위인사 지시로 형식적 채용 절차를 거쳐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이후 정규직으로 각각 전환시켰다.

한국석유관리원은 합격자를 사전 내정하고 면접점수를 내정 순위에 맞춰 변경해 채용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고위인사가 인사담당자에게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지시해 면접시 고득점 부여 등의 방법으로 특혜채용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가점 대상자에게 가점을 부여하지 않아 탈락시키고 지역 유력인사의 자녀를 채용, 노사발전재단은 자격요건이 미비한 특정단체 유력인사의 자녀를 채용했다.

워터웨이플러스는 고위인사의 지시로 채용공고 및 서류전형 절차 등 채용절차 없이 특정인을 특혜채용하고, 한국건설관리공사는 고위인사의 지인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채용공시 없이 비공개 특혜 채용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고위인사가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채용절차에 개입해 지인을 채용하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고위인사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면접관에게 개인의견을 전달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고위인사 지시로 당초 계획과 달리 합격 배수를 확대하고 고위인사가 직접 면접평가에 참여해 특정인을 채용하고,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인사부서를 배제하고 일선부서를 통해 고위인사의 지인을 특혜채용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고위인사가 면접에 직접 참여해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내부인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당초 공고와 다른 기준으로 변경해 채용했으며, 국제원산지정보원은 고위인사 지시로 자격요건 미비자를 서류심사에서 통과시키고 이후 부당하게 가산점을 부여해 특혜채용 했다.

정부는 비리 연루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하도록 하는 원칙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할 방침이다.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197명으로 이 중 현직 직원 189명은 29일부터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향후 검찰 기소시 즉시 퇴출시키기로 했다. 특히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 현직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이 추진키로 했다.

부정합격자는 검찰 수사결과 본인이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기소 즉시 퇴출된다.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사람이 기소될 경우 즉시 업무배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된다.

기관 내부 인사규정을 개정해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방안도 마련된다. 각 공공기관별로 피해자 특정 가능 여부를 파악해 서류전형 단계에서 피해본 경우, 차기 채용시험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구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각 채용단계별 예비합격자 순번을 부여하고 불합격자 이의신청 절차 등을 통해 피해자 구제가 강화된다.

김용진 차관은 채용비리 발본색원(拔本塞源)의 의지를 밝혔다. 김 차관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새 정부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 내에 관행처럼 만연한 채용비리 실상에 충격과 함께 참담한 심정”이라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할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번 특별점검 결과 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임직원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하고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데 모든 주무부처 및 공공기관이 다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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