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가 정재욱 교수 수장 발탁 위기탈출 맡겨
학자 경력 불구 경영 초보…노조, 능력 발휘 의구심

[금융경제신문=손규미 기자]KDB생명이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키며 급한 불을 껐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아직까지의 업계 중론이다.

경영악화를 타개할 방편으로 KDB생명은 외부 전문가인 정재욱 세종대 교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정 교수가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딛고, 위기에 빠진 KDB생명을 구원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부교수를 KDB생명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미국에서 보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보험개발원과 금융연구원을 거치는 등 ‘보험’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산은의 고심의 흔적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전 대표인 안양수 사장은 적자와 경영악화가 지속되면서 안팎으로 보험업에 무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 회계기준 도입에도 대비해야 하는 KDB생명의 현 상황을 고려해 산은이 내부 출신이 아닌 보험에 해박한 외부 출신 전문가를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학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경력에 비해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주립대와 위스콘신대에서 각각 금융보험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보험개발원, 금융연구원을 거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하는 등 ‘학자’로서의 경력은 길지만, 실무경험은 지난 2006년 LIG손해보험과 하나HSBC생명보험의 사외이사를 맡았다는 것 외에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노조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시 되는 보험산업에서 이 같은 한계를 딛고, 최고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산업은행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낙하산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금융연구원 시절 같이 근무한 이력으로 인해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은은 그간 내부 출신을 대거 KDB생명으로 내려 보내면서 노조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새로 KDB생명의 수장을 맡게 된 정 내정자의 앞에는 적잖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우선적으로 재무건전성 구조 개선과 영업력 재건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 과제로 꼽힌다. KDB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이 107%까지 급락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으나 산은의 수혈을 통해 150%대를 회복했다. 당국 권고치인 150%대로 올라서면서 막혔던 방카슈랑스 판매 활로도 다시 열렸다.

그러나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 했을 뿐 추가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렸으나 아직 생보업계 평균인 277%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최소 2000억원 규모 이상의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200%대까지 점진적으로 올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저축성 보험 위주의 상품 구조 개선 또한 중요 과제로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은행계열 보험사로 방카슈랑스 판매에 주력하면서 저축성보험 판매 비율이 높아 부담이 큰 편”이라면서 “저축성 보험 위주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체질 개선을 어떻게 이뤄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조직 정비로 인해 축소된 영업력을 끌어올려 수익성 회복도 꾀해야 한다. KDB생명은 지난해 170개였던 지점을 90개로 통폐합하고 900명의 직원을 700명으로 줄이는 등 희망퇴직 또한 여러차례 단행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영업력이 흔들렸다. KDB생명의 신계약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2016년, 4274명이던 설계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942명으로 31.1%(1331명)나 감소했다. 강세를 보였던 온라인 채널 점유율도 업계 4위로 내려앉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내정자가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생보사들에 관한 보험 연구서를 여러차례 발표한 바도 있는 만큼 현 KDB생명의 상황을 개선시켜 줄 적임자라는 기대도 있다”면서 “약화된 재무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회복을 통해 얼마만큼 매각을 향한 기틀을 잘 잡아가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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