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여 혐의 법정구속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 밝혀
형 신동주 회장 경영권 접수 분주…3세 경영시 일본인 경영 한국 회사 이미지 타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되자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되자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13일 신동빈 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바로 그 다음 날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사임·해임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신동빈 사임…주주설득 나선 신동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지난 번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회장이다.

신동주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통해 ‘신동빈씨에 대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를 발표하며 “한·일 롯데그룹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배임·뇌물 등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즉각적인 사임과 해임을 주장했다.

문제는 신동주 회장이 과연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주주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54.1% 주식을 들고 있는 주요 주주들은 이전부터 신동주 체제에 대해서 강한 우려를 피력하며 신동빈 체제를 지지한 덕분에 신동빈 체제가 롯데 내에서 견고해질 수 있는 배경이 돼 왔기 때문에 이번 일로 신동주 체제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를 의식했는지 신동주 회장 측은 지속적으로 주총을 열고 종업원·임원지주회·관계사 등 주요 주주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내세운 것은 일본 내에서는 경영자들의 도덕성 훼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습이 있어 설득을 하면 주주들이 자신을 지지할 수 있다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 지분 50% 이상을 갖게 한 2015년 주주총회 효력을 중지해 달라고 신동빈 회장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지난달 25일 기각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점이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95세로 고령의 나이를 이용한 신동주 회장의 농간이라는 것이 당시 소송을 제기한 주요한 입장이었지만 일본 법원은 이를 기각한 것이다. 광윤사는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가지고 있는 등 무시할 수 없다.

한편 21일 신동빈 회장은 공식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공은 이제 롯데홀딩스 이사회로 넘어갔다. 일본 롯데 홀딩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추후 거취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동빈 체제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것은 신동주 체제를 마뜩치 않게 여기고 있던 것이 컸는데 이번 일로 신동빈을 물러나게 할 것인지는 이사회 입장에서도 난감해할 사안”이라며 “현재 주요 경영진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분위기가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라 오늘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경영진 비리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는 일본은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인 점을 들어 신동빈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사업 일본 경영에 종속?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1.4%에 불과해 사실상 경영능력이 높이 평가돼 롯데를 이끄는 수장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엮여 구속 되면서 롯데의 선택지는 많지 않게 된 점이 사실이다.

여기서 당장 경영 전반에 나설 일은 없겠지만 신동빈 회장의 자리를 신동주 회장이 차지하게 될 경우 향후 3세 경영인들이 피부로 느낄 후계구도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해졌다.

이에 재계는 오는 27일 열릴 롯데지주의 주주총회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롯데家 3세들이 등장할 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우선 신동빈 회장은 장남 신유열씨를 비롯해 신규미씨, 신승은씨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관심을 끄는 점은 이들 3명 모두 일본국적을 가진 일본인으로 이 중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신유열(32)씨는 신동빈 회장의 후계구도를 밟고 있어 조만간 롯데그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신유열씨는 일본 황족과 귀족이 들어가는 학교로 유명한 가쿠슈인을 거쳐 게이오대학을 졸업한 후 2008년부터 2013년 8월까지 노무라증권을 다녔고 현재는 뉴욕에 거주하며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밟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역시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마쳤으며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 일본 롯데 이사를 맡으며 그룹 경영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흡사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둘째인 신규미(30)씨는 일본의 한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셋째 신승은(26)씨는 일본의 한 민간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일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 신동주 회장의 외아들 신정훈(25)씨는 일본에서 상사에 다니는데 미국과 일본의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결정에 신동빈 회장의 거취가 결정 된다 해도, 한국 국적인 신동빈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공식화 될 경우 롯데는 사실상 일본인 경영인 체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한국 내 사업이 일본 보다 많은 롯데의 경영을 특성상 일본인들이 한국의 상황도 모르고 경영을 하는 촌극이 빚어질 수 있어, 한국 내 내수사업으로 사세를 확장 시킨 롯데가 아이러니 하게도 내수 시장 내에서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안팎으로 롯데의 시련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