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삼성에버랜드 땅값 의혹 보도의 핵심 ‘삼성물산’에 관심 높아져
현 ‘삼성물산 건설부분’이 사실상 ‘삼성건설’... 96년까지 ‘삼성건설’로 존재
93년 구포열차사고(78명 사망, 163명 중경상) 대형 참사 후 건설사 명칭 사라져
‘삼성물산’ 1월초 ‘60세 이상 퇴진’ 그룹 인사방침 반발로 이재용 리더십에 상처

 

[금융경제신문= 조정현 기자] SBS '뉴스8'이 연일 심층보도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땅값 의혹' 제기에 국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의 중심에 있는 '삼성물산'도 주목 받고 있다.

20일 저녁 SBS는 삼성에버랜드 땅값 의혹을 추가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서 SBS '뉴스8'은 삼성에버랜드 부지 공시지가 및 표준지 측정에 관한 보도와 관련해 삼성물산 측의 답변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 측은 앞서 19일 SBS가 보도한 '2015년 공시지가 상승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SBS '뉴스8'측은 "삼성물산은 실제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시지가 확정 전에 의견 제시는 했으나, 이후에는 이의 신청이 없었다"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측이 "공시지가 상승과 그룹 내 계열사 합병은 무관하고 합병 성사 후 호텔 건립 보류는 억측이라며 정정보도 요구했다"면서 향후 추가 보도를 예고했다.

한편 SBS측의 삼성에버랜드 땅값 의혹 보도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선대인 용인시장 예비후도 등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에버랜드 땅값 관련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촉구했다.

SBS '뉴스8'은 "상식적으로 두 회사가 합칠 때는 통상 서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상대방 몸값은 낮추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때 삼성물산은 회장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땅값을 더 쳐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보도자료에서 "ISS가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합병 비율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합병에 반대하지 않을 거란 주장이었다.

SBS'뉴스8'은 "삼성이 ISS의 합병 반대를 반박하기 위해 제일모직 부동산 카드를 꺼내든거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이 에버랜드 땅을 비롯한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BS '뉴스8'은 통상 회사들이 합병할 때는 서로 자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애쓰기 마련이다. 그게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 상대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왜 그렇게 낮춰 평가하느냐고 반박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은 SBS가 연일 메인뉴스를 통해 삼성에버랜드와 이제용 부회장의 승계과정 보도를 함으로써 그 중심에 서있는 삼성물산이란 회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삼성그룹에는 대부분 그룹사들이 계열사로 갖고 있는 건설회사 이름이 없다. 현대건설, 포스고건설, GS건설 등은 있지만 삼성건설은 없다. 삼성물산이 곧 삼성건설이다. 정확히 말해  '삼성물산 건설부분이다.  삼성건설이 삼성물산 안에 숨어 있는 형국이다. 직원도 따로 채용하고, CEO도 다르지만 명함 앞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런데 왜 당당하게 삼성건설이라는 독립된 계열사로 존재하지 않을까?

업계에 따르면 애초에는 삼성건설이 있었다. 삼성그룹은 중동 건설특수를 경험하면서 1977년 통일건설과 신진개발을 인수해 삼성종합건설을 탄생시켰다. 이후 삼성종합건설은 1993년 3월 28일  부산 구포 노반 시설 붕괴로 일어난 열차 사고로 인해, 사장이 구속되고 법인 영업 정지 6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구포 열차 사고는 탑승객 78명이 사망하고 163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삼성종합건설은 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그해 7월 삼성건설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삼성건설'의 수명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96년 1월 상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돼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상사 조직과 건설간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합병 이유라고 밝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삼성건설의 1993년 구포 사고 전과를 가리기 위한 이미지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금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아파트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 1월초 사장단 지각인사로 취약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60세 이상 퇴진' 이라는 내부방침에 일부가 반발해 이사회가 3-4회 취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60살을 넘은 사장 3명이 동반 퇴진했다.

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조트부문 책임자로 새로 임명된 정금용 대표는 과거 미래전략실 인사팀에서 정현호 사장과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미전실 해체 때 삼성물산으로 옮겨왔는데 1년도 안돼 중용됐다.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옮겨온 김명수 부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략팀(재무) 출신으로 정현호 사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14년 경영난을 겪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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