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전포고’에 시진핑 ‘맞불’ 충돌
전세계적 하방리스크 직면…타개책 고심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23일(미 현지시간 2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32조 수입규제로 철강관세가 본격적으로 효력이 발휘됐고 중국산 수입품에 연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하면서 사실상 무역전쟁 서막이 올랐다.

다만 이번 무역 전쟁이 장기화 될수록 세계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치 닫을 수 있는 만큼 美 국내 정치를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도 미국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작전을 전개하고 있어 미국도 손해를 무릅쓰는 국면이 당분간 더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무역전쟁 포문

지금 미국의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무역정책국장 그리고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 대표의 ‘3각 편대’다. 여기에 게리 콘의 뒤를 이어 국가 경제위원회(NEC)의 수장 역할을 맡을 래리 커들로가 컨트롤타워로 합류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한 나바로 무역정책국장은 과거 자신의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 하는 그날’을 통해 미국과 자유무역 체계에 위협을 가하는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며 다른 자유무역국가들과 힘을 합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장은 과거부터 자유무역의 신봉자였지만 중국이 오랫동안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무역 파트너 및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의 잘못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두 사람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은 자유무역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입장에서 자유무역정신을 위배했다고 볼 수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것을 말로써 드러낸 셈이다.

실제 철강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무역규제 232조가 발표되자 관세 대상에 포함 된 국가들은 미국과 치밀한 물밑 접촉 끝에 현재 미국과 자유무역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달간 기한이 연기됐고 이 중 한국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은 바 없는 일본이 관세대상국으로 여전히 지정 된 점은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6년 발간 된 IMF의 ‘세계경제전망’에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 A라는 국가가 수입품에 대해 10% 의 일방적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A국가의 2년차 성장률은 0.09%가 감소한 반면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게 되면 A국가의 성장률은 0.25%나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도 A국가의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영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KB증권 장재철 이코노미니스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통해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고조 될 수는 있어도 무역전쟁으로까지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무역 갈등은 글로벌 교역 및 성장 전망에 있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中, 협상 여지 불구 강 건너

23일 중국 상무부는 3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관세 부과 목록에는 철강, 돈육을 포함한 128개의 품목을 포함시켰다.

이번 발표에서 상무부는 WTO 틀 안에서 법적인 조처를 취한 것이라면서 정당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행태를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상무부는 미국과 협상 기간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이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당장 관세 부과액만 놓고 보자면 미국이 중국에게 가하는 관세보다 적은 액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아직 중요 카드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보기엔 이르다.

이는 중국의 미 국채 매입 축소 카드와 농산물, 항공기 부품 관세다.

실제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으로 벌어들인 자금의 40%를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중국은 종종 이를 보호무역을 대비하는 카드로 활용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에 하나 중국이 미 국채 매각을 확대할 경우 미 국채 가격 폭락으로 미국 금융권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더 심각하다. 트럼프 주요 지지자들이 많은 지역에 주로 생산 되는 대두와 수수, 돼지의 경우 중국에 3분의 1 가량 수출하고 있는데 15조원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할 경우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 조짐에 미국 증시는 2% 중후반대로 추락하며 본격적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무역전쟁에 따라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5%이상 급락하고 다국적기업 중심의 다우지수가 S&P500과 나스닥보다 낙폭이 크기도 했다.

KB증권 한정숙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글로벌 교역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제 1교역 국가”라며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고조시킨다면 결국 미국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어디로?

이번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정치적인 필요성이 더해진 것이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도 트럼프 정부의 지지자들이 몰린 곳을 주요한 대상으로 설정해놓은 것도 정치적 타격을 염두 해놓은 포섭이다. 이 때문에 美 보호무역 조치도 당분간은 지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니스트는 “결국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이 요인이 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며 “즉, 변동성도 올해 내내 증가하는 요인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중국에게 제재를 가하는 품목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고 의심하는 모든 품목에 보복관세를 발동했다는 점이다.

이번 보복관세 금액은 최대 600억달러(한화 66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래 산업의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결국 한국 증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만 향후 첨단 산업 패권을 놓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된다면, 한국의 입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산업도 존재한다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패권경쟁에서도 엔화 가치 상승 영향으로 한국 수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제재 조치에 포함 된 품목들은 중국이 그간 M&A나 비관세장벽 등을 활용해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던 산업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Xcerra의 인수 무산, 퀄컴의 인수 제동 등에서 보듯 중국 기업들의 그간 거침없었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부분들은 역으로 한국 반도체 및 IT 기업들에 대한 센티멘트 개선으로 이어질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 이코노미니스트는 “이러한 분위기가 강화된다면 첨단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역시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서 주가 동력이 약화되었던 조선 등 일반 제조업으로도 수혜가 확산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