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칼날은 날카로워지고 법정이자, 수수료 등 금융소비자 보호는 강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속도 붙을 것
금감원 직원들 “이제 제대로 일해보자” 환영 분위기...금융위와의 갈등은 불가피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첫 상견례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첫 상견례

[금융경제신문= 조정현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접견실에서 처음 만났다. 일종의 상견례다. 어색한 만남이었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에게 금융 정책·감독 공조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는 좋지 않은 인연이 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 저격수' 로 불렸던 김기식 원장은 2014년 금감원 국정감사에선 당시 수석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당시 김 원장은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촉발된 'KB사태'에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을 경징계했다며 제재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최 수석부원장을 집중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 수석부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둘은 법·제도를 입안하는 금융위원장과 이를 집행하는 금감원장으로 만난 것이다. 둘은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파워게임으로 인한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시어머니 역할을 해 왔던 금융위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승사자가 왔네김기식 금감원장 내정 소식이 전해진 날 모금융사 임원의 말이다. 참여연대 출신 대표적 강성 인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사에 금융권은 물론 금융계열사를 가진 재벌들도 긴장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특히 금융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향후 강도 높은 금융 개혁 추진은 불보듯 뻔하다. 금융권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사무처장, 정책위원장을 거쳐 제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를 지냈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을 소관하는 위원으로 활동했다. 민간 출신이지만 정무위 활동을 거치면서 금융 정책과 제도, 감독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규제 강경론자다. 참여연대 출신이 금감원장에 발탁될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금융감독의 칼날은 날카로워질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각종 국정 과제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발의한 바 있다.

김기식 금감원호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전임 원장이 채용비리 논란에 연루되어 불명예를 안고 금감원 최초로 중도퇴진하는 등 감독기관으로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로 위상과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 은행 중심의 금융 관행을 바꿔주기를 기대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고, 규제 강화론자가 금감원장이 되면 금융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은 잔뜩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김 원장의 첫 업무가 금융권 채용비리다. 전임 원장이 연루된 채용 비리 의혹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특별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과연 전면전을 선택할 것인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20조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 대주주 심사를 더 까다롭게 강화한다고 전해진다. 산업 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한도를 제한하는 ' 금산분리' 가 더 강화될 것이다.

금감원장 취임 첫 일성이 금융소비자보호였다.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이야기다. ' 은행들 더 이상 이자놀이 못 한다'라는 말까지 전해진다. 김 원장이 과거 가장 강하게 이야기했던 법정 최고 금리 인하부터 손댈 가능성이 크다.

김 원장은 지난 2016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영세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같은 서민 정책 추진을 주도했던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취임사에서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던 관행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대마진과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감독은 더 강화되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도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위원 신분 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계 중론이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 측면에서 정책과 감독은 같이 가야 하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정책적 고려 때문에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김 원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 이제 좀 제대로 감독기관으로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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